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달아오르는 동물의약품 시장
경북 김천에서 건강한마을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임진형 씨(대한동물약국협회 회장)는 최근 ‘아포동물약국’ 간판을 함께 내걸었다. 동물용 약을 직접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동물 의약품 조제실도 따로 만들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동물 의약품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동물 약을 판매하는 약국은 3000개를 넘어섰다. 동물 의약품 시장도 연평균 9%씩 성장하면서 연 1조4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3년 새 4배 급증한 동물약국

대한동물약국협회에 따르면 2012년 전국에 734개였던 동물약국은 3년 사이 3305개(올 4월 기준)로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만 1787개의 동물약국이 있다. 인천(219개) 부산(213개) 대구(199개) 경남(137개) 순이다.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동물용 의약품 수요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에 따르면 360만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인구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이들 약국은 대부분 기존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동물 의약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동물 의약품 취급을 신고하면 된다. 약사법상 약사 면허증이 없는 사람은 동물약국을 운영할 수 없다.

임진형 대한동물약국협회 회장은 “치열해지고 있는 약국 경영 환경에서 동물 의약품 판매가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며 “주변에서 동물 의약품을 쉽게 구하기 어려웠던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고성장 의약품 시장으로 급부상

이런 추세에 힘입어 동물 의약품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동물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4420억원이다. 전년(1조3221억원)보다 9% 이상 성장했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가 같은 기간 0.57%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전통적으로 동물 의약품 시장은 항생제 백신 등 가축에 쓰이는 의약품 판매가 주를 이룬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시장의 80%를 가축용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씨티씨바이오, 중앙백신 등이 주요 업체들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해 항균항생제, 해열제 등 가축용 의약품으로만 전체 매출(1218억원)의 60%인 727억원을 올렸다. 동물 백신을 전문으로 하는 중앙백신은 전년보다 21.8% 늘어난 2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올해 안에 애견백신 생산 시설을 20% 증설할 계획이다. 중앙백신은 애견용 백신 분야에서 지난해 전년(16억원)보다 12.5% 늘어난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려동물 의약품은 정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애완견은 보통 구충제는 3개월에 한 번,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한 달에 한 번씩 먹인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제품이나 판매처에 따라 다르지만 1회 1만원대다. 판매회사 입장에서는 꾸준한 수요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업체 관계자는 “동물의약품 시장이 인체의약품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회사 수익뿐 아니라 매출 신장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