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울교육청 정독도서관, 옛 경기고 터전서 개관…관광객도 찾는 문화공간
서울 북촌에 자리잡은 서울교육청 정독도서관은 옛 학교 건물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도서관이 보금자리로 쓰고 있는 옛 경기고 건물은 등록문화재 제2호로 1938년 건립됐다. 경기고가 1976년 서울 삼성동으로 이전하면서 이듬해 도서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개관 때부터 학교 운동장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민 덕에 북촌 주민과 주변 직장인은 물론 관광객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많은 사람이 이곳을 추억을 간직한 장소로 기억하는 이유다.

아름다운 건물 외관과 더불어 정취로 잘 알려진 정독도서관은 도서관 운영 면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방대한 자료와 쾌적한 환경에 놀란다. 장서는 50만권이 넘고 바로 옆에 있는 서울교육박물관에는 유물 1만3000여점이 있다. 학교 건물을 도서관으로 만들어 자료실과 열람실이 일반도서관에 비해 훨씬 넓다.

정독도서관은 최근 서울교육청이 진행하는 도서관 특성화 사업에서 ‘청소년 중심 도서관’으로 지정됐다. 앞으로 3년 동안 중·고교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과 진로지도 관련 자료, 특성화고 학생에게 필요한 취업 관련 자료 등을 집중적으로 구비할 예정이다. 오는 9월 리모델링으로 조성되는 청소년관엔 자료실과 함께 독서토론이나 강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어린이관은 확장해 가족단위 이용자 방문을 늘릴 계획이다.

정독도서관은 지난 5월부터 서울시내 고교에서 모집한 학생을 대상으로 독서논술교육을 하고 있다. 김성갑 관장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대입논술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아직은 수강생이 30명 정도지만 성공사례로 만들어 다른 도서관으로 확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인 이용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정독도서관은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Book村’(북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책을 함께 읽고 인문학적 사고를 공유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대표 프로그램인 ‘Book村 인문학스터디’ 강연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주로 오후 7~9시에 열린다. 국민연금관리공단과 협력해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재무, 사회보장, 건강, 여가 등 맞춤형 교육도 제공한다. 도서관 사서 22명은 각각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독서문화를 고취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관장은 “정독도서관은 주민은 물론 관광객에게 ‘문화 공간’ 기능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도서관 본연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독서문화 확산에 더욱 힘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