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프리랜서 발레리나 김주원(오른쪽)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이 활짝 웃고 있다. 김주원은 “발레 대중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프리랜서 발레리나 김주원(오른쪽)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이 활짝 웃고 있다. 김주원은 “발레 대중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뮤지컬 ‘팬텀’에서 제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발레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졌다’는 관객이 많았어요. 더 많은 사람을 클래식 발레의 세계로 이끈 것 같아 기쁩니다.” (김주원)

“주원 누나 이전엔 한창 활동할 시기에 발레단을 그만둔다는 건 무용수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인생이 끝나는 것과 다름없었죠. 발레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데다 소속이 없으면 당장 먹고살기도 힘들어지니까요.” (이영철)

무용수들은 몸을 쓰는 직업인 만큼 무대수명이 짧다. 무용수들이 안무가 무대감독 사진작가 등으로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이유다. 국립발레단의 스타 발레리나 출신으로 라디오 진행, 뮤지컬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주원과 안무가로서 제2의 인생을 준비 중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을 최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국립발레단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지난 14~15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여우락 페스티벌 ‘놀이의 품격’ 공연에서 남궁연과 민영치가 합작한 국악 리듬에 맞춰 함께 춤을 췄다. 이 무대는 이영철의 첫 안무 데뷔작이었다. 안무가를 찾는 남궁연에게 김주원이 이영철을 적극 추천했다. 김주원은 “영철씨는 늘 안무가와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좋아했다”며 “안무가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무용수 중 한 명이고 발레를 하기 전 힙합을 췄다는 것도 (안무가로서) 큰 무기”라고 설명했다. 이영철은 “안무가로서 시작하는 단계인데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해 나가고 싶다”며 “그리움과 헤어짐 등 인간의 감정을 최대한 쉬우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12년 국립발레단을 떠나 프리랜서로 활동한 김주원은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심사위원 등으로 활약하며 발레 대중화에 앞장섰다. “국립발레단에서 15년 가까이 무대에 서다 보니 관객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들여 만든 작품을 더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댄싱9’ 같은 방송을 통해 움직임의 감동을 느끼게 된 사람이 참 많아요.” (김주원)

이영철은 김주원에게 “후배들의 진로 확대를 위해서라도 발레가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주원은 올가을 케이블TV 엠넷 댄싱9의 스타 김설진과 함께하는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댄싱9에 출연했던 비보이 부갈루킨와 발레리노 윤전일의 협업 무대도 먼저 제안해 준비 중이다. 김주원은 “앞으로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무대를 찾아 뛰고 싶다”며 “방송이나 뮤지컬, 라디오뿐 아니라 기승전결이 있는 연극 무대에도 배우로 서고 싶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