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에 인접한 삼성전자 서초본관 전경 <한경DB>
서울 강남역에 인접한 삼성전자 서초본관 전경 <한경DB>
[ 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의 미래 명운이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담판 지을 임시 주주총회 날인 17일 제헌절 오전.

삼성물산 주주들과 주총 관계자,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서울 양재동 aT센터 분위기와는 달리 삼성그룹 서초본관 일대는 표면적으로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차분한 모습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현장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헌법 제정을 기리는 제헌절,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피말리는 승부를 벌이는 광경에 삼성 안팎에서는 이날이 삼성에게도 새로운 역사를 쓰는 날로 기록될 것이라는 비장함마저 감지됐다.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은 숨죽인 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및 기획팀 고위 관계자 등은 주총장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합병 결과에 상관없이 그룹 차원의 입장 표명은 밝히지 않을 예정이다.

당사자인 삼성물산 등 삼성 진영은 주총 당일에도 여전히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종 결과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며 잠정 집계된 찬성 지분률에 대해 함구했다.

다만 조심스레 합병 우세를 내다보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2주 넘게 방송 및 신문광고, 대면 직접 접촉을 통해 소액주주 의결권을 상당수 위임받았고, 외국 투자자 일부도 찬성 방침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전날 메트라이프생명보험과 유리자산운용, KTB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가 찬성방침을 확정한 데에서도 희망을 읽는 분위기다.
자료사진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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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 최초로 주주권익보호 장치인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약속하는 등 주주설득 작업을 벌여왔다. 판세를 낙관하지 않고, 삼성물산의 CEO부터 사원까지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는 보수적인 접근으로 마지막 한표까지 우호 지분 결집에 사활을 걸었다.

합병안 승인을 위해서는 참석 주주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 예상 주주 참석률 80%를 대입하면 53.3%, 70%라면 46.7% 찬성표가 필요하다. 만약 엘리엇이 3분의 1 이상 반대표를 결집했다면 합병 안건은 무산된다.

내부적으로 찬성입장을 굳힌 대주주 국민연금(지분율 11.89%)과 달리 국내 대주주 중 한곳인 일성신약의 표심에 관심 쏠린다. 2.37% 지분을 보유한 일성신약이 삼성과 엘리엇 중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향배가 엇갈릴 수 있다. 박빙 승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1%라도 한쪽으로 쏠린다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일성신약은 그간 합병비율이 자사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삼성물산이 일성신약을 계속 접촉해 합병 당의성을 설득해왔기 때문에 삼성도 어느 정도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