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부'가 대세인 이유는…
자취하는 직장인 김종현 씨(27)는 지난 2일 동네 정육점에 다진 돼지고기 600g을 사러 갔다. 케이블채널 tvN 요리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연출 고민구)에서 본 간장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요리를 즐기진 않지만 간장에 돼지고기와 설탕을 넣고 끓이는 간단한 조리법에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육점 주인은 주문을 하자마자 미리 포장된 물건을 내밀며 “방송에서 소개된 ‘만능 간장’ 때문에 찾는 사람이 하도 많아 따로 준비해놨다”며 “다진 돼지고기가 이전보다 서너 배는 더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집밥 백선생은 쉽고 현실적인 ‘공감형’ 콘텐츠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9일 방영된 첫 회 시청률 2.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에서 회를 거듭할수록 자체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달 30일에는 동시간대 케이블과 종편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6.4%를 기록했다.

'백주부'가 대세인 이유는…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카레, 국수 등 사람들이 평소에 집에서 해먹는 ‘집밥’을 다룬다는 점이다. 36종의 음식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외식사업가 백종원이 일상적인 음식을 좀 더 맛있게 만드는 간단한 팁을 소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무를 먼저 넣고, 국수를 삶은 뒤에는 비벼서 헹구라는 식이다.

‘초간단·초저렴·초고속 요리’라는 슬로건처럼 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조리법을 알려주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식당에서 굽고 남은 고기를 찌개 재료로 쓰고, ‘만능 간장’으로 서너 가지 밑반찬을 만든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생산한 2차 콘텐츠가 많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언급되는 횟수가 높다. 조리법을 따라 해본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평가를 올린 블로그가 특히 인기다.

요리 예능이지만 요리 애호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요리를 잘하지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1인 가구 요리 초보자가 주요 대상이다. 프로그램 패널도 이를 보여준다. 기러기 아빠인 대중음악가 윤상, 12년째 자취생활을 하며 ‘혼밥(혼자 밥먹기)’에 익숙해졌다는 배우 손호준 등이 나온다. 프로그램은 이들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요리하는 과정을 먼저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고민구 PD는 “요리 초보들이 실수하고 실패하는 모습이 전문 셰프들의 깔끔한 상차림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며 “친구와 함께하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직접 해먹는 요리의 즐거움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