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열풍…해외로 페달 밟는 국내 업체들
28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만도의 글로벌 R&D센터. 지하 1층 전기자전거 연구실에 들어서자 빽빽이 들어선 다양한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스위스 스트로머 등 해외 경쟁사 제품부터 일반 자전거, 헬스용 자전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신제품 개발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다.

김광일 만도 전기자전거 유통·판매본부(SPM) 연구개발팀장은 “유럽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기존 모델보다 배터리 용량을 20% 이상 늘리고, 모터 출력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전기자전거 시장

전기자전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 세계보고서(EBW)에 따르면 세계시장 규모는 2011년 2975만대에서 올해 40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기자전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3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이 올해 1억8730만셀에서 2020년 4억1230만셀로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자전거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장착한다. 일반 자전거보다 무겁고 고가인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디자인도 상대적으로 투박하다. 하지만 업체들이 기술과 디자인 개발에 집중하면서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벤츠 BMW 등 자동차 업체들까지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제품 출시 ‘속속’

국내 업체들도 해외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만도는 지난 2월 ‘만도풋루스 아이엠’을 출시했다. 세계 최초로 페달과 바퀴를 모터로만 움직이는 방식을 적용했다. 가격도 이전 모델의 절반인 200만원대로 낮췄다. 지난달 독일 최대 전기자전거 유통업체 이모션테크놀로지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태승 만도 SPM 사업실장은 “연간 600대 수준인 판매량을 올해 5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전기자전거 제조업체 브이엠은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하고 있다. 이탈리아 업체인 이탈젯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 중이다. 연간 판매량은 4000대 수준. 배터리, 전자제어장치 등으로 구성된 ‘파워모듈’도 독일과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기존 모듈에 비해 40%가량 높은 배터리 효율이 장점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계약 물량은 8억원어치로 전년 실적(2억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바퀴만 바꿔도 전기자전거가 되는 하이코어 센티넬 휠.
바퀴만 바꿔도 전기자전거가 되는 하이코어 센티넬 휠.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바꾸는 부품(키트)에 주목한 곳도 있다. 한양대 기술지주 자회사인 하이코어가 대표적이다. 이곳이 개발한 ‘센티넬 휠’은 바퀴 안에 모터와 배터리 등을 모두 넣었다. 바퀴만 갈아 끼우면 전기자전거가 된다. 최 다니엘 하이코어 사업개발팀장은 “해외 제품에 비해 힘이 좋고, 스마트폰과의 연동에도 신경썼다”며 “연내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알톤스포츠도 올해 전기자전거를 2종에서 5종으로 늘렸다. 바퀴가 두꺼운 팻바이크, 로드바이크 등을 선보였다. 작년 8월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해외 판로 확대에 힘쓸 방침이다.

◆나 홀로 멈춰선 국내 시장

반면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은 몇 년째 1만~1만5000대 수준으로 정체돼 있다. 일본이 40만대 규모인 것과 대조적이다. 규제 탓이 크다. 전기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이륜자동차로 분류된다.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고, 자전거 도로에도 들어갈 수 없다. 유럽과 일본 중국 등에는 이 같은 제한이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고 시속이 25㎞인 전기자전거가 오토바이와 같은 제한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성남=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