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한미약품의 호재성 정보 사전 유출 의혹 조사에 나선 것은 금융권 내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알음알음식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당국은 지난해 CJ E&M 주가 조작 의혹을 시작으로 애널리스트·기관 펀드매니저들의 미공개정보이용 의혹에 대해 잇따라 칼을 들이대고 있다.
[단독] "미국에 신약기술 수출" 19일 발표했는데…기관들, 12일부터 한미약품 집중 매수
○정보 미리 듣고 대량 매입 의혹

자본시장조사단은 우선 한미약품의 계약 정보를 미리 접한 애널리스트들과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대량 매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미약품은 19일 미국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8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대형 호재에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2조4554억원으로 유한양행을 제치고 업계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의혹이 불거진 것은 기관투자가들이 한발 빨리 대량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12일 한미약품 종목은 추가 임상시험 공시가 있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큰 호재는 없었다. 하지만 기관들의 매수세가 이어졌고 결국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계약 체결을 발표한 19일까지 외국인들은 계속 주식을 팔았으나 기관들은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10일 12만원이었던 주가는 열흘 사이에 24만원(20일 장 마감 기준)으로 두 배가량 치솟았다. 미리 정보를 알고 주식을 샀다면 부당이득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 공시 전날 이미 계약금 및 수출 규모 등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있었다”며 “여의도 증권가에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측은 미공개정보 유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찬하 한미약품 이사는 “올해 신약 개발에 따른 수출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팽배했던 상황”이라며 “회사 측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에게 미리 알려주거나 사실을 확인해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우선 거래 내역을 살펴본 뒤 관계자 조사를 통해 사전 정보 유출에 따른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끝나지 않는 증시 ‘검은 관계’

상장사 기업설명회(IR) 담당자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기관투자가에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정보를 ‘큰손’ 고객인 기관투자가에 제공해온 것은 공공연한 업계의 ‘비밀’로 알려져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입사 연도가 같은 동기들끼리 카카오톡 등으로 채팅방을 만들어 놓고 수시로 각자 정보를 교환하는 게 관행화돼 있다”며 “미공개 정보로 차명 투자를 해 수십억원을 번 뒤 손을 털고 나가는 애널리스트들도 상당수 봤다”고 털어놨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얘기가 공공연하다.

증권업계의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이 같은 관행은 공정공시 제도를 위반하는 것인 데다 내부자거래 혐의까지 있어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작년 9월 출범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앞서 실적 정보를 유출한 CJ E&M, NHN엔터테인먼트와 유상증자 정보를 유출한 게임빌까지 줄줄이 검찰에 고발한 이유다.

허란/정소람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