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부산·대구 상의 선거
‘부산상의 회장은 경선, 대구상의 회장은 추대.’

이달 중후반으로 예정된 영남의 양대 도시 민간 경제 수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연임에 도전하는 조성제 회장을 추대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던 부산상공회의소의 22대 회장 선거는 사실상 경선으로 바뀌었다. 2003년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 2일 마감한 부산상공의원(일반 100명·특별 20명) 후보 등록에서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수한 케이씨씨전자 대표는 등록 첫날인 지난달 26일 첫 번째로 일반의원 후보 등록을 마쳤다. 오는 17일 열리는 의원 임시총회에서 조 회장의 재선이 확실시되지만 자칫 이탈표가 많으면 리더십에 흠집이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박 대표의 출마를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거나 검증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도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반대론도 강하게 일고 있다. 박 대표는 “단기필마로라도 회장 선거 경선에 당당하게 끝까지 임할 것”이라는 말했다.

대구상공회의소의 차기 회장 선거는 기계공업을 대표하는 진영환 삼익THK 회장과 자동차부품업 분야의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 간 2파전으로 굳어졌다.

김동구 대구상의 회장은 이달 19일 있을 회장 선거 전에 합의 추대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선을 치를 경우 지역 경제계가 분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상공계에서는 다음주 중 개최 예정인 대구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단일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장단은 회장과 부회장 15명, 감사 3명 등 19명으로 구성된다. 대구상의는 2001년 노희찬 전 회장(17대) 이후 15년간 합의 추대로 회장을 선출해왔다. 1997년 회장 선거 과열에 따른 극심한 후유증을 겪은 이후 지켜온 전통이다.

두 후보 모두 합의 추대 원칙에 동의하고 있어 경선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내면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두 후보의 호불호와 장단점, 지향점이 뚜렷이 갈리기 때문이다.

소장파들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윗선’에서 알아서 낙점하듯이 결정해온 전통에 내심 불만이 많다. 화합을 강조하다 보니 상공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친목단체로 변질했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또 추대 전통 때문에 대구상의가 20년 가까이 극심한 인사 적체와 조직문화 침체를 겪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지역의 상의 회장 선거는 소수 야당의 도전이 계속되고 일정 부분 이들을 인정하는 부산과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 대구의 정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서로 닮은 듯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지역 상공계의 새로운 장을 어떻게 열어 나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경원 영남본부장·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