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산업, '빅 데이터'에 길 있다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MLB) 뉴욕 메츠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SAS와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팬들의 소셜미디어 참여와 모바일 활동, 이메일 경로 등을 분석해 행동 패턴과 소비 성향, 선호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자산가치 3조5000억원의 MLB 최고의 팀이 빅데이터 분석 업체와 손을 잡은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뉴욕 메츠는 프로그램 결과를 바탕으로 남녀노소 연령대에 맞는 맞춤형 프로모션을 개발하고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20% 이상의 스폰서십 추가 수익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각광받는 스포츠 빅데이터 시장

빅데이터 시장은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신생 업체들 간의 고객 및 시장 점유율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발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은 2010년 32억달러에서 2015년 169억달러로 성장해 2017년에는 324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몇 년간 연평균 52%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도 최근 보고서에서 빅데이터 기술이 공공행정, 의료·건강, 여가, 유통, 제조업 등에 적용할 때 파생될 수 있는 사회적 효과가 7000억달러(약 735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급성장하는 빅데이터 시장과 함께 주목받는 대표적인 분야가 스포츠다. 스포츠 서비스가 IT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건강 의료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제조업체 알톤스포츠가 최근 SK텔레콤과 협업을 선언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양사는 스마트폰에 상용화된 블루투스 기술을 자전거에 적용, 빅데이터 축적을 통해 실시간 쌍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자전거 사업을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는 프로스포츠 현장에서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해 말 2015 시즌 연봉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예년에 비해 3개월이나 앞당겨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수 연봉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포항이 적용한 시스템은 출장 횟수와 시간, 공격 포인트를 기준으로 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10년여간 축적한 선수 평가 기록과 영상, 팀 승리와의 연관성 등이 담긴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분야는 기록 경기의 현장이다. 자동차 경주와 경정 등 촌각을 다투는 경기일수록 축적된 기록 데이터를 통해 장비의 이상 부위를 미리 예상하고 실시간 대응을 통해 기록을 얼마나 단축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일부 베팅 비즈니스(스포츠복권) 회사들은 첨단 영상기법 등을 활용해 복권 구입자들에게 객관성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스포츠산업, 빅데이터 활용 시급

글로벌 IT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포츠 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객관적인 숫자로 그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가 갖는 공공성과 대중성도 스포츠 시장을 선호하는 이유다. 이들은 빅데이터가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스포츠 참여자의 성향과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수익성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전문 글로벌 기업인 SAP의 스콧 러셀 최고운영책임자는 “스포츠는 우리가 가장 흥미롭게 주목하는 핵심 분야”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은 스포츠 기업의 경영 개선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팀과 팬, 주주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시장의 빅데이터 활용은 걸음마 단계다. 스포츠는 물론 일반 기업조차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가치와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82%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조차 인식이 부족한 실정에서 영세 업체가 대부분인 스포츠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창조적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20억명 이상의 회원이 1000억건 이상의 친구관계를 통해 하루 평균 2억5000만장의 사진과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스티브 박 페이스북 정책담당 이사는 페이스북의 사례를 들며 “글로벌 기업들이 빅데이터 관련 기업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소비자 중심의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발적인 참여와 재미 요소가 핵심인 스포츠 콘텐츠는 스마트 환경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정부든 기업이든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는 전략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정우 한경닷컴 기자/서화동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