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한 밥상’을 기획한 한영준 씨(왼쪽)와 이도훈 씨.
‘성대한 밥상’을 기획한 한영준 씨(왼쪽)와 이도훈 씨.
“급식이 나오지 않는 방학이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성대한 밥상’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11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성균관대 경영관 지하 2층 학생식당. 점심을 먹으러 온 학생들이 식권 판매 창구로 모여들자 이도훈 씨(사회복지학과 학생회장)가 바빠졌다. “점심값에 500원만 더 보태면 굶는 어린이를 도울 수 있다”며 줄을 서 있는 학생 20여명에게 일일이 말을 붙이며 홍보 팸플릿을 건넸다. 이씨는 “매일 홍보한 덕분에 이제는 스스로 기부 메뉴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대(成大)한 밥상’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와 아동청소년학과 학생들이 기획한 대학생 소액기부 프로그램이다. 학교 식당에서 식권을 구입할 때 500원 더 비싼 기부 메뉴를 선택하면 추가 금액이 기부금으로 적립된다. 2500원짜리 볶음밥을 3000원을 주고 사먹으면 500원이 자동 기부되는 식이다. 대학생들이 일상에서 쉽게 기부에 참여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학교 식당과 기부를 연결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요즘은 겨울방학 기간이지만 호응이 뜨겁다.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 1차 캠페인 기간에 200식의 기부 메뉴를 판매하는 게 목표였는데 11일까지 350여개 식권을 판매했다. 성균관대 학생군사교육단이 기부메뉴 식권 100장을 샀고,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은 학생들이 기부한 금액만큼 보태기로 약속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는 자판기에서도 기부 메뉴를 구매할 수 있어 기부액 모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한영준 씨(아동청소년학과 학생회장)는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밥을 사줄 때 학교 식당에서 기부 메뉴를 선택하도록 과 학생회장과 동아리 회장들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 메뉴를 통해 모인 돈은 성균관대가 있는 종로구의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 마련과 배달에 사용한다. 학생들이 직접 재료를 사 도시락을 만든 뒤 결식아동에게 배달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