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 제조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3년 안에 5인치 크기의 화합물 반도체를 만드는 게 목표다. KIST 제공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 제조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3년 안에 5인치 크기의 화합물 반도체를 만드는 게 목표다. KIST 제공
작년 4분기(10~12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7% 증가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1.0%로 1년 전(23.9%)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스마트폰의 부진을 반도체가 만회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반도체 기술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지속적으로 대규모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지난달 차세대반도체연구소를 신설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연구소장에는 10년 이상 ‘반도체 외길’을 걸어온 장준연 박사를 임명했다. 장 소장은 “삼성과 같은 반도체 회사들은 실리콘 반도체 제조 라인에 수십 조원을 투자한 상태라 쉽게 공정을 바꾸기 어렵다”며 “기존 제조 라인을 최대한 활용해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기 소모 적은 M램 개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실리콘 반도체 기술을 어떻게 고도화하느냐에 업계의 모든 관심이 집중됐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보다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중요하던 때였다. 차세대 반도체는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다.

장 소장이 처음 연구한 것은 스핀트로닉스 반도체였다. 기존 반도체는 전하와 스핀이라는 전자의 두 가지 특성 중 전하만을 전기장으로 제어한다. 스핀 반도체는 전자의 자전 운동인 스핀을 제어한다. 스핀을 평행으로 배열하면 0, 90도로 배열하면 1이라는 식으로 디지털 신호를 기록한다.

이렇게 탄생한 게 자기램(M램)이다. 그는 “D램처럼 저장된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전기를 넣어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외부 자기장을 제거해도 N극과 S극이 유지되는 것처럼 M램 안에 저장된 정보는 전원이 없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장 소장은 “전기 소모량이 적어 같은 배터리 용량이라도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 사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M램 개발에 뛰어들면서 장 소장은 다시 다른 분야로 관심을 옮겼다. 대규모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는 대기업과 같은 연구 주제를 갖고 맞붙어선 승산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화합물에서 해답 찾는다

장 소장이 새로 눈을 돌린 분야는 화합물 반도체 공정 기술이다. 화합물 반도체란 주기율표상의 3족과 5족 원소를 결합해 만든 반도체를 말한다. 갈륨비소(GaAs) 갈륨질소(GaN) 인듐인(InP) 반도체 등이다. 현재 반도체 재료로 쓰이는 실리콘은 4족 원소로 값이 싸고 전기적 성질이 좋다. 하지만 미세 공정이 한계에 이르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반도체 재료로 3족·5족 화합물이 각광받고 있다.

그는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보다 전자를 전달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크기를 더 줄이지 않더라도 속도는 100배 빠르고, 열 손실은 10분의 1로 줄어 지금 실리콘 반도체보다 1000배가량 향상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 제조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반도체를 만드는 일이다. 장 소장은 “이를 위해 실리콘 기판 위에 화합물 재료를 쌓아올려 차세대 반도체를 만드는 방법이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물리적·화학적 특성이 다른 물질을 쌓아올려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게 난관이다. 화합물 재료와 실리콘은 원자 간 거리가 다르다 보니 쌓아올린 구조가 삐뚤어지기 쉽다. 그러면 전자도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 장 소장 연구팀은 3년 안에 5인치 화합물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