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S씨(36)는 최근 삼성카드에서 이상한 안내장을 받았다. ‘채무면제·유예상품(DCDS) 수수료가 12개월째 잘 결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통지문이었다. S씨는 상품에 가입한 기억이 없는 데다 어떤 서비스인지조차 몰라 삼성카드에 전화했다.

삼성카드는 “텔레마케터(TM)와의 통화에서 S씨가 가입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의 녹취파일을 보내 달라’며 따지자 ‘가입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며 계약해지와 함께 지금까지 낸 수수료 7만원가량을 돌려주겠다며 물러섰다.
카드사, 유사보험 팔아 10년째 '재미'
○걷은 돈의 8%만 지급

S씨가 가입한 DCDS는 카드사가 보험사와 연계해 내놓은 복합상품으로 사실상의 보험이다. 매달 카드결제액에 일정률(통상 0.3~0.6% 수준)의 수수료(보험료)를 보태 내면 사망 질병 상해 등 약관에서 정한 피해를 입었을 때 일정액(보통 5000만원)까지 결제대금을 면제하거나 유예해 준다. 카드사는 면제해 준 돈을 보험회사에서 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판매주체가 카드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험사가 핵심 역할을 하는 질병보험”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2005년 삼성카드가 첫선을 보일 당시부터 ‘왜 카드사에 보험을 허용해 주느냐’며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랜 논쟁 끝에 금융위원회가 이 상품을 인정하자 2008년부터 7개 대형 카드사가 일제히 시장에 진입했다. 지금은 카드사의 대표적인 부수 업무로 성장, 가입자가 320만명에 달한다.

○수수료 폭리 10년째 이어져

선진 서비스라며 출발한 DCDS는 과도한 수수료와 심각한 불완전판매로 10년째 논란을 빚고 있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는 ‘무슨 이런 서비스가 있느냐’며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입자들은 상품 출시 후 10년 동안 총 9719억원을 수수료로 냈지만 고작 8.4%인 816억원만 보상금으로 받았다. 반면 카드사와 보험사는 8903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삼성 신한 현대 비씨 국민 롯데 하나 등 7개 카드사는 수수료 9719억원 중 1962억원으로 보험에 들어 위험을 헤지하고 7757억원을 남겼다. 보험사도 보험료 1962억원 중 보상금으로 준 816억원을 제외한 1146억원을 벌었다.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화재 LIG손보 등 4대 손해보험사가 거의 대부분을 판매했다.

저조한 보상률은 가입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절반에 이를 만큼 심각한 불완전 판매가 주된 요인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실태조사에 나선 결과 지급 대상자의 19.3%만 보상금을 수령했다. 받지 못한 80.7% 중 50.2%는 면제받는다는 사실을 몰라 자신이 카드대금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금융당국이 지난해 ‘보상금 찾아주기’와 ‘수수료 낮추기’에 나섰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2012년 6.6%였던 보상률이 캠페인이 진행된 2013년 14.3%로 잠시 높아졌지만, 올 들어 다시 10.6%(상반기)로 크게 하락했다.

■ DCDS

debt cancellation & debt suspension의 줄임말. 채무면제 및 유예상품. 신용카드사가 수수료를 받은 회원에게 사망이나 질병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채무를 면제하거나 결제를 유예해 주는 상품이다. 경제적 위기에 놓였을 때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보험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