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처럼…한 발짝 떨어져 봐야 인생 문제도 풀려"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씨가 최민식 씨에게 말하죠. ‘너의 실수는 답을 못 찾은 게 아니고 자꾸 틀린 질문만 한 거다’라고. 메타생각은 바로 ‘다른 질문’을 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내달 13일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2014’에서 ‘메타수학과 창의적 발상원리’로 강연하는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법률사무소장(사진)의 말이다. 다양한 수학 문제를 풀어가며 창의적 발상 기법을 소개한 그의 책 ‘메타생각’은 올 1월 출간된 이래 최근 5쇄에 들어갔다. 임 소장은 “멀리서 떨어져서 내 강약점을 알고, 끊임없이 질문하면 그것이 바로 메타생각”이라고 말했다.

"수학처럼…한 발짝 떨어져 봐야 인생 문제도 풀려"
예를 들면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다. 삼각형 내부에선 왜 이런지 알 수 없다. 평행선 공리에 따라 삼각형 밖에서 동위각과 엇각을 보면 180도가 설명된다.(그림)

“부부싸움을 한창 할 땐 감정이 지배하고 있어서 갈등이 안 풀리죠. 싸움을 끝내고 나서야 대체 왜 그랬는지 생각이 날 겁니다. 사회의 모든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영논리에 갇혀 안에서만 보면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다른 질문을 던져야 모르던 역사·철학·윤리가 비로소 눈에 들어오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고의 방법’을 가르치는 수학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메타생각입니다.”

‘수학 마니아’인 임 소장의 경력은 특이하다. 고교 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런저런 방법을 궁리해가며 ‘메타생각’의 희열을 느꼈다. 서울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며 물리학 수학 등을 두루 공부하고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메타수학연구소’를 차렸다. 이후 미국 퍼듀대에서 뇌과학 및 인지과학을 공부한 뒤 귀국했다. 이후 사법시험을 준비해 2년 만에 합격했다. 영국 수학회 정회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공부는 보통 기존 지식을 보고 암기하는 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을 넘어 메타생각을 터득하면 한결 쉬워진다”고 했다. 예를 들면 머리글자만을 따서 암기하거나 연상 대상을 만들어 암기하는 것도 저차원적인 메타생각이다. 고차원적인 메타생각은 ‘다른 구조’를 찾는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 다른 구조를 찾는 훌륭한 연습이 바로 도형 공부, 즉 기하학이다. “소주병 부피를 구하는 방법만 해도 여러 가지죠. 첫째, 물을 붓고 따라낸 뒤 부피를 구한다. 둘째, 통에 넣어 넘치는 물의 양을 잰다. 셋째, 병 외부 라인 함수를 구해 적분한다. 넷째, 소주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본다. 다섯째, 상표 라벨을 본다. 이 밖에도 많을 겁니다.” 저서 ‘메타생각’에는 기발하고 유쾌한 방법으로 어렵거나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풀어가는 내용이 가득하다.

임 소장은 “다른 모든 학문은 물(物), 즉 연구 대상이 있지만 수학은 그렇지 않다”며 “수학은 대상의 패턴과 관계를 찾는 궁극의 학문이자 세상을 지배하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타생각을 더 심화시킨 메타수학, 메타디자인 등 후속 저서를 시리즈로 계속 출간할 계획이다. 법률사무소보다는 ‘연구소’ 활동에 치중하고 있는 그는 “변호사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수학적 사고를 전 분야에 확산하는 이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