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싱크대·화장실 없애래요"
서울 종암동 원룸에 사는 직장인 임모씨(32)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방 안에 있는 싱크대와 화장실을 없애야 한다”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성북구청이 시행한 안전진단에서 ‘원룸 안에 취사시설 등을 만들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 내 안암동, 종암동 등 원룸·다가구주택이 몰려 있는 대학가 주변에 안전진단 주의보가 내려졌다. 성북구청과 성북소방서가 건축물 안전시설 방침을 강화해서다. 지적을 받은 건물 주인들은 부랴부랴 수리에 나서고 있다. 종암동 A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 사이에선 ‘공사업체만 신났다’는 푸념도 나온다”고 전했다.

건축허가는 근린생활시설·상가 등으로 받아놓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면서, 주거에 필요한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 건물이 많다.

김철수 성북소방서 예방과장은 “원룸이나 고시원으로 쓰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시설물을 갖추고 안전시설완비증명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변칙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철수 성북구청 건축과장은 “소방서에서 원룸 기준에 맞지 않는 건물을 구청에 통보하면 시정조치를 내린다”며 “잠시 고쳤다가 다시 원상복구를 한다고 해도 재적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지난 1일자로 ‘안전특구 성북’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안전 관련 부서 8개 팀장 등을 비롯한 10명으로 이뤄졌다. 특정관리대상 시설물(지역 내 공사현장과 재난 발생 위험이 있는 시설물) 등 총 1356개 시설물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