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어제 출범했다.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법정 경제단체로서 새롭게 출발한 것이다. 그만큼 안팎의 기대가 크다. 그동안 중견기업이라고 하면 정부의 각종 지원을 누리는 중소기업과 온갖 규제를 받아야 하는 대기업 사이에 갇힌 어정쩡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럴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는 중견기업도 국가도 미래가 없다. 중견기업연합회가 ‘히든 챔피언’ ‘명문 장수기업' 육성을 모토로 내 건 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기업가에게 회사를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 반대로 가라고 다그친다. 회사가 너무 커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중견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상책이라고 할 정도다. 이유는 너무 분명하다. 이 땅에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77가지에 달하는 지원이 끊기거나 줄어든다. 반면 100여개의 새로운 규제가 이들을 맞는다. 게다가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이다 뭐다 해서 다시 추가되는 규제만 84개다. 이러니 누가 기업을 키우려고 하겠나.

중견기업 딜레마의 근원은 잘못된 기업정책에 있다. 그런 점에서 중견기업연합회는 대기업·중소기업에 더해 중견기업이라는 또 하나의 울타리를 쳐 그 이해나 대변하자는 쪽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 다행히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방향을 잘 잡고 있다. 강 회장은 한경과의 인터뷰(7월21일자 A17면)에서 “중소기업처럼 보호장벽을 쳐 달라는 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기대를 가져볼 것이다.

가업승계 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중견기업들의 요구도 명분이 있다. 현재의 가업상속공제 요건으로는 독일처럼 8~9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는 명문 장수기업이나 히든 챔피언을 기대하기 어렵다. 연 매출 1조원 기업이 2만개 정도면 한국 경제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 중견기업연합회가 잘못된 기업정책을 바로잡고 한국 경제를 튼튼히 하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 물론 우리도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