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아파트 거래 늘었다…전용 135㎡ 넘는 대형 아파트 거래도 40% 급증
지난달 25일 서울 도곡동에 있는 타워팰리스 2차 전용면적 243㎡(54층)는 50억65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최고가다. 같은날 55층 전용 164㎡도 34억35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타워팰리스 중개를 주로 하는 인근 T공인 최모 대표는 “원하는 주택과 층을 찍어 놓고 ‘매물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고객이 많다”며 “작년보다 매매 문의와 거래량이 모두 늘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수백억원대 자산가인 이른바 ‘슈퍼리치’들이 주택시장에 본격 뛰어든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15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서울시내 3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은 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건)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전용 243㎡가 최고가를 기록했고 삼성동 아이파크 195㎡(47억원), 타워팰리스 1차 244㎡(43억7000만원), 아이파크 195㎡(43억원),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218㎡(4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30억원 이상 아파트 중 거래가 가장 많은 단지는 갤러리아 포레(24건)로 전체(74건)의 32%를 차지했다. 2011년 7월 입주해 주요 초고가 단지 중 새 아파트인 데다 서울숲과 한강 조망이 가능해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이 상당수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가 아파트는 가격도 강세다. 올해 43억7000만원에 거래된 타워팰리스 1차 244㎡와 43억원에 계약된 갤러리아 포레 218㎡의 지난해 실거래가는 각각 42억5000만원과 40억원이었다. 최고 3억원가량 올랐다.
초고가 아파트 거래 늘었다…전용 135㎡ 넘는 대형 아파트 거래도 40% 급증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띠는 것은 슈퍼리치들이 향후 주택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근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상담을 주로 해온 안치만 신한PWM 투자자문부 부동산팀장은 “슈퍼리치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고가 아파트 공급이 급감했던 만큼 향후 고가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처사업 등을 통해 부를 일군 젊은 슈퍼리치들이 한남동과 평창동 일대 빌라를 선호해온 이전 세대들과 달리 주상복합과 같은 공동주택에 살고 싶어하는 것도 초고가 아파트 강세 이유로 꼽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주상복합은 빌라보다 상업 및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진 게 장점”이라며 “되팔 때도 환금성이 좋아 젊은 부자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9억원 초과 주택의 취득세율이 4%에서 3%로 낮아지면서 거래비용도 줄어들었다. 거래가격이 30억원이라면 내야 하는 취득세가 지난해 1억2000만원에서 올해는 9000만원으로 3000만원 줄었다.

고가 주택시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전용 135㎡(옛 50평형대) 초과 대형 아파트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전국 135㎡ 초과 아파트 거래 건수는 931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6658건)과 비교해 39.8% 증가했다. 서울·수도권(27.4%)보다 지방(41.8%)의 증가폭이 더 컸다는 점에서 지방 부자들까지 주택 매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부터 중소형 아파트에서 시작된 온기가 고가 주택시장을 거쳐 주택시장 전체 온도를 높이는 ‘낙수효과(트리클 다운)’를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