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갈등만 키운 뉴타운 토론회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청 3층 대회의실에선 ‘북아현 1-3구역 재정비촉진구역(뉴타운)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주민 대표와 시공사 관계자, 공무원 등 30여명이 모였지만 주민들조차 이런 토론회를 “왜 하냐”는 반응이었다.

북아현1-3구역은 지금은 사라진 아현고가(신촌로)를 따라 북쪽 북아현동 일대 주거지(10만6000㎡)다. 낡은 주택은 헐리고 아파트 골조가 일부 올라가 있다. 그러나 가구당 억원대로 늘어난 ‘추가 분담금 폭탄’으로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고 시공사도 공사를 멈췄다. 총 사업비 규모와 조합원 분담금 등을 결정하는 관리처분변경 총회가 무산됐고 조합 임원들이 해임되면서 사업은 답보상태다.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구내 6개 정비구역에 대해 주민토론회 개최, 갈등 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토론회는 일방통행으로 끝났다. 조합 직무대행과 ‘바람직한 사업정상화를 위한 모임(정상모)’ 등의 주민만 참석하고 ‘비상대책위(비대위)’는 불참한 반쪽 토론회였다. 비대위 입장을 대변한 문 구청장은 시공사와 주민에게 질문과 ‘설교’를 퍼부었다. “조합과 공사도급 계약을 맺으면 당초 약속대로 기간 내 해내는 것이 시공사 책임이다”, “조합과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시공사와 정비업체가 주도해 사업을 진행한 것 아니냐”…. 결국 참지 못한 한 주민이 “구청장이 구역 상황을 좀 알고 이런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는 냉랭했다.

북아현1-3구역은 서울 뉴타운·재개발사업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서울과 경기에는 뉴타운 사업 추진 여부를 두고 조합원 간 다툼이 벌어지는 현장이 적지 않다. 운이 좋아 사업을 진행해도 착공이 늦어지거나 현금 청산자가 많아 추가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일쑤다. 사업성을 높이겠다며 중간에 설계를 변경한 것도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뉴타운 사업에 대한 뾰족한 묘책은 없다. 공공과 주민, 시공사가 머리를 맞대고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중립적인 자리에서 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맡을 때다.

문혜정 건설부동산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