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의 미디어아트 ‘뼈와 살이 타는 밤’.
양아치의 미디어아트 ‘뼈와 살이 타는 밤’.
미디어 아티스트 양아치(44·본명 조성진)의 개인전 ‘뼈와 살이 타는 밤’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은 1980년대 신군부가 국민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기 위해 3S(섹스, 스크린, 스포츠)정책을 펼칠 때 나왔던 에로 영화의 제목과 같다.

이런 제목을 붙인 이유에 대해 작가는 “오늘의 현실이 겉으로는 안정된 것 같지만 사실상 교묘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반복되지 말아야 할 30년 전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야유다.

이번에 출품된 사진과 설치, 영상 등 44점의 작품은 그래서 전반적으로 어둡고 침울해 보인다. 작가가 스트레스를 털어내려고 집 근처의 어두컴컴한 인왕산을 오르내리다 발견한 낯선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이다. 그는 그곳에서 기도터 할머니, 박수무당, 범바위 고양이 등 현실 속에서 자주 마주치기 어려운 존재들과 만났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작가는 현실과 꿈이 뒤섞인 소설 ‘구운몽’의 세계를 경험했고 그것이 마치 ‘죽어야 할 게 살아 있고 살아야 할 게 죽어 있는’ 오늘의 우리 사회와 지독히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앵두 꽃밭 속의 늑대인간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현실세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암시한다. 착잡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작가의 소망은 ‘황금산’ 같은 이상향에 대한 갈망으로 표현된다. (02)720-1524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