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역무원들이 시민들이 찾아가야 할 일회용 교통카드 보증금(1장당 500원)을 수년간 조직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경찰 수사와 서울메트로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서울 지하철 1~4호선 120개 역 중 3분의 2에 달하는 80여개 역에서 횡령이 저질러진 것으로 전해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수사대는 일회용 교통카드 보증금을 1만3000회에 걸쳐 횡령한 지하철 1호선 서울역 부역장인 장모씨(53)를 이달 초 검거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교통카드 한 장에 500원인 보증금 67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일회용 교통카드를 발급 받으려면 지하철 기본요금 1050원에 보증금 5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보증금은 개찰구에 있는 환급기에 교통카드를 넣으면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회수되지 않은 교통카드는 매년 210만장에 달한다. 전체 발행 교통카드(7613만장)의 2.8%다.

횡령은 서울역뿐만 아니라 다른 역에서도 광범위하게 행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이달 중순부터 전체 120개 역을 대상으로 전면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80여개 역에서 100여명이 수년간 6억~7억원 규모의 횡령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증금 횡령엔 민주노총 소속 일부 간부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강경민/김태호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