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달아올랐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둥그런 지구촌의 축구시합 경연장이다. 축구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한 달 정도는 월드컵에 푹 빠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개막식 첫 경기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쳤을 리 없다. 자정이 훨씬 지난 후에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새벽 이른 시간 곁에 두었던 안경을 주섬주섬 찾아 TV를 켜는 것을 보니 필자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필자는 개막전에서 두 가지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하나는 두 다리가 마비돼 설 수 없는 이가 벌떡 일어나 걸음을 내딛고, 이어 공을 차서 월드컵 개막을 알리는 기적의 연출이다. 일어설 수 없는 장애인이 만들어 낸 장면들이다. 둘째는 세계 1등 축구 나라 브라질 선수들의 개인기술이 탁월하다는 사실의 재확인이다. 축구로 세계 1등을 하고 싶다면 브라질로 유학을 가서 축구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학생들이 선진 축구를 배우고 기술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기술은 획득해 추격하면 된다. 한국 여자양궁은 부동의 세계 1등 스포츠 종목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의 많은 경쟁국에서 한국에 유학을 온다. 한국 선수들과 훈련도 같이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양궁을 잘하는 신흥 국가의 경우 대부분의 코치와 감독은 한국 출신이다. 기술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 획득과 기술 능력이 말만큼 쉽지 않다. 이유는 기술이 갖는 다양한 속성에 있다.

도시(Dosi)라는 기술 경제학자는 1982년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를 예견이라도 했는지, ‘기술이란 실제적 및 이론적 지식들, 노하우, 절차, 경험, 물적인 장비의 전체’라고 폭 넓게 정의했다. 쉽게 말해 기술은 실제적이고 이론적인 지식들의 총 집합이란 얘기다. 그러고 보면 지식기반사회에서 국가나 기업의 성장이란 지식의 총량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미 앞서 있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흡수역량이 중요하다. 이런 흡수역량을 키워내는 것도 기술경영의 중요한 역할이다. 어느 기업은 기술 흡수가 뛰어나 이를 변용·변화해 새롭게 창조하는 역량을 발휘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물론 그렇지 못한 기업도 존재한다. 이는 기술혁신 능력의 차이다. 기술혁신이란 문제 해결 과정을 포함한다. 기술성과 시장성이라는 두 조건을 따로 분리해서 볼 수 없다. 따라서 혁신 과정은 문제를 발견하고 이의 해결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활용,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생각의 발전소가 있어야 한다. 바로 기업 연구소다.

기업의 영원한 숙제는 끊임없는 성장이다. 기업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와 미래에도 성장을 위해 혁신이란 말을 달고 살 것 이다. 독일, 스웨덴처럼 중소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오래된 정책 화두다. 이에 관한 뚜렷한 결과가 있다는 것을 필자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지금도 진행형이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묘약을 찾아낸다면 그 특허기간은 제한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묘약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생각의 발전소가 바로 기업연구전담부서(연구소)다. 2013년 9월 말 현재 한국 중소기업의 94.5%가 기업연구전담부서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연구성과가 미미하다는 데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처방 중 하나가 전담 연구원 또는 사내인력의 기술경영(MOT)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지난해 필자가 속해 있는 대학 주변인 광주지역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기술사업화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120여시간 운영했다. 교육을 시작할 때와 마칠 무렵 참가자들의 교육 태도는 180도 달랐다. 초기에는 이 과정을 그저 중소기업 재직자를 위한 여러 교육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교육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왜 기업이 혁신활동을 해야 하는지, 아이디어가 기술 개발로, 개발된 기술이 상품화로 이어지는 과정별 프로세스, 보유 기술을 자산화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활용 등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차별화되는 것이라 모두 흡족해 했다. 이들이 일선에서 기업 성장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을 때를 그려보라. 기업 성장을 통한 건전한 일자리와 지역 발전이 이들의 역량으로부터 만들어진다. 기술경영은 기업 내 관리현장에서, 생산현장에서, 신상품 전략회의에서 두루 활용되는 실용적인 학문임을 다시 한 번 일러둔다. 기술경영은 기술 기획과 전략, 연구개발(R&D) 관리, 기술사업화, 특허관리,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기술혁신활동 전 주기에 실용적 지식을 제공한다. 기술경영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패빗을 비롯한 많은 기술경영학자들이 제시하는 성장모델이다. 선도 기업들에도 기술경영 교육이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중소기업에는 더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정부에서 진행중인 기술경영 인력양성 정책은 매우 효과적이다. 신기술을 습득하고 시장과 기술에 대한 문제 해결 과정을 찬찬히 챙기고, 창조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만들어 그 총량을 높이는 기업은 선진 1등 기업이 될 것이다.
기술은 지식의 총 집합…끊임없는 연구가 성장의 열쇠

다시 월드컵 열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국 축구는 아쉽지만 브라질처럼 1등 축구를 구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기술을 습득하고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고,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의 관심과 역할은 열렬한 응원이다. 결과에 관대하고 열렬하게 응원하자.

한정희 < 전남대 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전담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