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18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공개행사에서 파이어폰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18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공개행사에서 파이어폰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이 18일(현지시간)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을 발표했다. 안경 없이 3차원(3D)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최초의 스마트폰이다. 아마존은 이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 영화 등 콘텐츠를 판매하고 전자상거래의 기본 도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파이어폰이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의 양강 구도를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다.

◆첫 3D 스마트폰의 등장

파이어폰은 4.7인치 HD(1280×720)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테두리는 고무다. 앞면과 뒷면은 ‘고릴라 글라스3’라는 강화유리를 썼다. 카메라는 1300만화소로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술(OIS)을 탑재했다. 운영체제(OS)는 아마존의 태블릿 ‘킨들 파이어’와 같은 ‘파이어’다. 파이어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아마존 자체 모바일 OS다.

가장 큰 특징은 3D 영상을 구현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네 개의 카메라를 달았다. 기기를 살짝 기울여 화면에 손을 대지 않고도 웹페이지를 넘기거나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다.

‘파이어 플라이’란 시청각 인식 기능도 있다. 인쇄된 전화번호와 TV 프로그램 음악 책 그림 상품 등을 보여주거나 들려주면 무엇인지 파악해 알려준다. 그림을 선택하면 작가를 비롯한 관련 정보를 보여주는 식이다. 상품을 선택해 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제임스 매키비 포레스터리서치 연구원은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 아마존이 진출하는 이유는 전자상거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파이어폰은 머지않아 엄청난 전자상거래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자책 킨들과 태블릿 킨들 파이어의 판매 전략과 같다. 이들 제품은 성능에 비해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림수다. 제품 가격을 낮춘 대신 제품을 통해 책 음악 영화 등 아마존의 풍부한 콘텐츠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음달 25일부터 판매

파이어폰으로 찍은 사진을 ‘아마존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무료로 무제한 저장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카메라 대신 활용하는 이용자가 사진 때문에 새로운 앱이나 음악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 겪는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파이어폰을 사면 연회비 99달러짜리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도 1년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아마존 프라임은 TV·영화 다시보기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주머니에 쑤셔 넣어도 선이 뒤엉키지 않는 이어폰도 준다.

파이어폰은 이날부터 선주문을 받은 뒤 다음달 25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미국 2위 통신사 AT&T를 통해 독점 공급한다. 가격은 2년 약정 시 32기가바이트(GB) 제품은 199달러(약 20만원), 64GB 제품은 299달러(약 30만원)다. 애플 아이폰5s의 같은 용량 모델과 비교하면 100달러(약 10만원)가량 싸다.

◆시장 흔들기는 어려울 듯

파이어폰이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 구도를 흔들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약점은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적다는 것이다. 파이어폰에선 100만개 이상의 앱이 등록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할 수 없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46%를 장악하고 있다. 아마존은 태블릿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은 1.9%에 그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