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수백만명의 운동선수에게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말 그대로 최고의 이벤트일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기업으로선 월드컵 축구대회가 더 큰 대회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2012 런던 올림픽 폐막 후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보도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글로벌 마케팅의 격전장에서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 후원 계약을 맺는 기업들이 올림픽보다 월드컵의 ‘마케팅 파워’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림픽은 선수들의 잔치이고, 월드컵은 기업의 잔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월드컵의 경제학] 올림픽은 선수 대회…월드컵은 기업 대회
공식파트너 FIFA에 매년 3800억원

‘월드컵 잔치’의 주역은 월드컵 공식 파트너 기업들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아디다스, 코카콜라, 에미레이트항공, 비자카드, 소니 등 6개 기업만이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파트너 권리를 갖고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FIFA는 물론 FIFA와 관련된 사업에서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갖는다. 마케팅 권리에 대한 대가로 이들 6개 기업이 매년 FIFA에 지급하는 금액은 3억7000만달러(약 38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는 이유는 그만큼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1970년부터 월드컵 공식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는 아디다스는 독일 월드컵이 열린 2006년 한국시장에서 축구용품 판매를 전년 대비 2배로 늘려 경쟁사인 나이키와 푸마를 제쳤다.

1999년부터 계속 월드컵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어온 현대·기아차는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중남미 자동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여 도요타와의 격차를 더 벌린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만료 예정이던 FIFA와의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2022년까지 연장하며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공식 파트너 외에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기간에 한정해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갖는 월드컵 스폰서들로 맥도날드, 존슨앤드존슨, 버드와이저, 캐스트롤, 콘티넨탈, 모이파크, 오이, 잉리 등 8개 기업이 참여한다. 또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의 기업 8곳이 내셔널 서포터로 지정됐다. 이들 22개 업체가 브라질 월드컵과 관련해 FIFA를 후원한 금액은 16억달러(약 1조6300억원)에 이른다.

무임승차 기업들과 마케팅 전쟁

FIFA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도 월드컵을 자사의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非)후원사들이 진행하는 스포츠 마케팅은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으로 분류된다.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광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월드컵을 떠올리게 하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공식 파트너 아디다스의 라이벌인 나이키다. 나이키는 강력한 우승 후보인 홈팀 브라질을 비롯해 한국, 잉글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포르투갈 등 10개 본선 진출국의 유니폼과 용품을 후원한다. 총 8개국을 후원하는 아디다스보다 더 많다. 또 네이마르 다 실바(브라질) 웨인 루니(잉글랜드) 등 스타 선수들이 나이키의 모델이다. 월드컵 기간 중 이들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하며 앰부시 마케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나이키는 공식 스폰서인 아디다스보다 더 큰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트레버 에드워즈 나이키 브랜드부문 사장은 “월드컵이 (나이키가 후원하는) 브라질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