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공대, 2년 과정 공학전문대학원 설립 추진…위기의 공대 살려 '미래 CTO' 직접 키운다
정부와 서울대가 공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한국 공학교육이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간 국내에서 배출하는 공과대학 졸업생은 6만9000여명으로 6만명 수준인 미국보다 많다. 하지만 질적인 수준에서는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공과대학들이 앞다퉈 ‘연구중심대학’을 내세우며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게재 건수에서는 세계 10위(2012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지만, 공학 교육은 점점 산업 현장에서 멀어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서울대 공대, 위기 돌파할까

서울대는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멀어진 대표적인 대학으로 손꼽힌다. 1970~198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서울공대’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과거 졸업생은 중견·대기업에 고루 진출해 기술개발과 경영에 참여했지만, 요즘은 정부 출연·대기업 연구소 등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가 산업계 수요가 많은 산업기계, 철강, 전력 등 분야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분야에서 강의하던 교수들이 퇴임한 자리가 나노, 바이오 등 첨단과학을 전공한 교수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교수는 “이러다 대학의 조선공학과가 사라지면서 조선업이 쇠퇴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공대는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은 “CTO(최고기술경영자) 등 산업계에서 필요한 현장형 리더를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의 경력직원이 주 대상

이르면 2015년 신설되는 공학전문대학원에는 기업 입사 후 3~7년 된 경력자가 지원할 수 있다. 지원하려면 소속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추천과 학비 지원을 받아야 한다.

서울대 공대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에는 공과대학 발전기금 등을 활용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공대는 공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위해 산업계 수요 조사와 의견 수렴을 거쳤다. 전자업계의 한 임원은 “현재 학부 출신자들은 전공 기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입사 몇 년 후엔 재교육 기회가 필요하다”며 “기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학교로 돌아가 ‘missing puzzle(빠진 퍼즐 조각)’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요 조사 결과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에서 공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수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최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등을 적극 활용, 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계약학과 개설을 위한 학자금 전액 지원 조건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활용도가 떨어진다. 2년 과정의 공학전문대학원은 이 같은 기업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 서울대의 설명이다.

◆교과목은 기업 맞춤형 설계

공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면 교과목 이수 1년(기초공통+융복합기술심화과정 30학점)과 기업 현장 프로젝트 1년(프로젝트 6학점)으로 전일제와 파트제를 병행하게 된다. 학생들은 소속 기업과 대학 간 협약에 따라 짜인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기업실무 프로젝트 해결 논문과 보고서를 제출하면 졸업할 수 있다.

교육과정은 기초공통과정 20%, 융복합형 기술심화과정 60%, 프로젝트과정 20%로 구성된다. 기초공통과정은 CTO로서의 소양을 강화하기 위한 공학 기초와 리더십 등을 포함한다. 융복합형 기술심화과정은 산업계 변화와 요구를 반영해 개발된 특정 공학 이슈에 대한 10여개 프로그램으로 짜인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