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오른쪽·민주당)과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28일 법사위 전체회의 개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오른쪽·민주당)과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28일 법사위 전체회의 개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28일 “법제사법위원회가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의 논의를 거부하며 동료 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전하진, 이현재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전체 16개 상임위를 통과한 547건의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고 말했다. 전날도 자동차 연비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내용의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개정안’ 등을 의결해 법사위로 넘겼으나 상정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산업위 법안의 경우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민주당 소속의)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지시를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정되지 않은 것”이라며 “박 위원장은 자신의 권한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이 윤 장관에게 밀양 송전탑 사태와 관련한 갈등 수습 등을 요구했는데, 이행이 미흡하다고 판단되자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길목을 막고 행패를 부리는 동네 양아치 같은 짓이 뻔뻔하게 자행되는 것을 뿌리뽑아야 한다”며 “아무리 관행이었다고 해도 법안을 볼모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태를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박 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허위 사실인 데다 ‘행패’ ‘양아치’ 등의 표현으로 국회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의 경우 국토교통위에서 상정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부처 간 충돌을 조정하느라 상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장관이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법을 통과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 장관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회견 내용을 몰랐다”고 하자 박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이 장관과의 접촉도 없이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품격이 낮지는 않을 것”이라며 윤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윤 장관은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유념하겠다”며 논란을 마무리지었다.

법사위는 다른 위원회에서 처리한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기 전 거치는 최종 관문이어서 제때 법안 처리가 안 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월권’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