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해외 고수익 상품의 유혹
미국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스왕크캐피털의 테리 베네키 부사장은 작년부터 수차례 한국을 찾았다. 한국 내 해외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베네키 부사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손잡고 이달 중순부터 미 셰일가스 기반시설 회사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에너지 기반시설 회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면세 혜택 등에 힘입어 지난 5년간 수익률이 연 20%를 상회했다”며 “한국 투자자들이 적어도 연 10%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증권사·운용사들이 연 10% 안팎의 고수익을 추구하는 해외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주식 채권 등 국내 금융투자 시장이 침체돼 있어 내수 상품만으론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해외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는데다 별도의 환위험 회피(헤지) 비용까지 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두 배 수익’ 해외상품 봇물

"연 10%"…해외 고수익 상품의 유혹
요즘 나오는 해외투자 상품은 목표 수익률을 국내 상품보다 두 배가량 높여 잡은 게 특징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미 에너지 인프라기업에 투자하는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 펀드’를 내놨다. 주가 상승과 별도로 연 5~6%의 배당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 에너지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초기 자금만 20억~30억원 들어왔을 정도로 출발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달 27일 선진국 증시에서 롱쇼트 전략(저평가 주식 현물을 사고 고평가 주식 선물을 팔아 절대 수익을 추구)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롱쇼트펀드’를 출시했다. 달러 및 유로화 변동에도 대비할 수 있는 환헤지형 상품이다. KB자산운용은 글로벌 전환사채(CB)에 집중 투자하는 ‘글로벌 CB펀드’를 선보였다. 한국운용과 신한BNPP운용, 삼성자산운용은 아시아 롱쇼트펀드를 별도로 준비 중이다. 대부분 연 수익률 목표를 10% 정도로 잡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주요국 100여개 종목에 자동으로 선별 투자하는 ‘글로벌 스마트인베스터’ 서비스를 지난달 시작했다. 우투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해외상품 비중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글로벌 자금이 몰리는 선진국 중심의 펀드를 다수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변동성 커졌다”…비용 높아

해외 투자상품에 뭉칫돈이 몰리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국내 펀드가 줄줄이 적자를 내는 반면 미국·일본·유럽펀드는 연간 10~20%의 고수익을 올린 덕분이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대표 상품인 유럽주식형 펀드엔 작년 하반기에만 1000억원 넘는 돈이 들어왔다. 이 펀드의 지난 6개월간 수익률은 약 15%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해외펀드의 자산 규모는 총 3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36억원 증가했다. 아시아 펀드가 부진했지만 미주지역 주식과 채권 투자가 크게 늘었다. 미주 비중은 40.1%로, 아시아(32.9%)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최대 투자처로 올라섰다.

송성엽 KB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증시가 수년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해외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다”며 “다만 올 들어 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세금 등 각종 비용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길/윤희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