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국내에서는 특별한 첫 콘서트가 열렸다. 팬들이 요청해 만든 일본 재즈힙합 아티스트 리플러스(re:plus), 디제이 치카(DJ Chika), 히데타케 타카야마의 내한 공연이 펼쳐진 것. "팬이 있는 곳에 아티스트를 데려간다"는 마이뮤직테이스트(My music taste)의 첫 작품이었다.

JJS미디어가 서비스 하는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콘서트를 만드는 플랫폼이다. 팬들이 마이뮤직테이스트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콘서트를 요청하면, 얼마나 모이느냐에 따라 해당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콘서트를 열어준다. 콘서트의 흥행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쌓여 있는 것이 강점이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공식 운영한 지 한 달 만에 개최한 첫 콘서트가 매진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 3월부터는 해외에서 더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루나플라이(LUNAFLY)의 남미 7개국 투어 콘서트를 연다.

[스타트업! 스타⑪] 마이뮤직테이스트 "팬이 모인 곳이 콘서트장이 된다"
"올해 개인적으로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서울 공연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이재석 JJS미디어 대표(사진·31)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 모든 노하우의 집합 '마이뮤직테이스트'

"전 세계 콘서트 시장은 2조원에 달합니다. 매년 성장하는 추세고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리하나나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도 콘서트가 성공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7개 도시 투어 콘서트를 계획하면 1, 2개 도시는 틀어지기 마련이거든요. 수요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대표는 이에 착안해 마이뮤직테이스트를 만들었다. 그는 넥슨의 인기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개발자 출신으로, 2011년 말 음악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미로니'를 출시하며 창업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재생기록을 분석, 비슷한 음악을 듣는 사람끼리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누가 어떤 노래를 몇 번 들었는지, 노래를 들은 사람은 몇 명인지 알 수 있게 했다. 이 대표는 '미로니'를 운영하면서 음악을 듣고 공유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쌓았다. 모든 게 마이뮤직테이스트를 염두해 둔 작업이었다.

2012년 하반기부터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슈퍼소닉, 렛츠록 페스티벌 등 국내 70% 이상에 해당하는 페스티벌 공식 앱을 제작했다. 페스티벌 앱 역시 마이뮤직테이스트 데이터베이스와 연계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많은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지만, 콘서트 시장은 아직 틈새시장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는 페스티벌 푸드코트에서 칵테일을 팔면서 배웠어요. 현금 결제만 가능하게 하면 부스 입점비를 애초 높게 받는다던가, 카드나 쿠폰 결제가 함께 이뤄지면 부스 입점비가 낮아지는 대신 수익을 나누고, 정산하는 인력이 따로 필요하다는 등 세부적인 내용까지 알게됐죠."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이 대표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힌 경험으로 대형 페스트벌을 기획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자신할 때 본격 시작됐다. 콘서트 티켓팅부터 콘서트장 동선, 조명 갯수, 스피커 등 현장 시스템 관리, 입점 부스, 마케팅, 아티스트 라인업까지 세세히 챙겼다.

◆ 페스티벌과 SNS의 흥미로운 결합

마이뮤직테이스트의 근본적인 힘은 콘서트 관람객 수를 예측할 수 있는데서 나온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팬이 원하는 아티스트와 국가, 도시를 선택해 콘서트를 요청할 수 있다. 'Make' 버튼을 누른 팬이 많은 아티스트 일수록 콘서트가 열릴 확률이 더 높다. 팬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다른 팬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러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만으로도 런칭 한 달 만에 4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팬들은 또한 'Make' 버튼을 누를 때 '티켓당 얼마를 지불하실 생각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콘서트 규모와 티켓 금액, 개런티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콘서트가 불발되는 경우 대부분 티켓 판매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얼마나 많은 팬들이 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산을 산정하기도 어렵고, 이후 콘서트장을 축소하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하죠.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존 콘서트 기획 단계에서 빠져있던 팬들을 중심으로 옮겨온 것이 해법이었습니다"

마이뮤직테이스트가 만든 콘서트 영상 맨 끝 부분에는 영화 엔딩 크레딧 처럼 참여한 팬들의 아이디가 쭉 공개된다. 팬이 만든 특별한 콘서트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 "Stop Wishing, Star Making"
[스타트업! 스타⑪] 마이뮤직테이스트 "팬이 모인 곳이 콘서트장이 된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소속사인 내가네트워크 또한 마이뮤직테이스트 방식의 콘서트를 주목했다. 내가네트워크는 3인조 밴드 루나플라이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 루나플라이는 "팬이 있는 곳이면 공연하러 간다"는 메시지를 담은 유투브 영상을 제작했고, 전 세계 2만명이 넘는 팬들이 마이뮤직테이스트로 들어왔다.

루나플라이는 이러한 팬의 요청에 화답해 마이뮤직테이스트와 함께 남미 7개국 투어를 준비 중이다. 현재 마이뮤직테이스트에서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각각 1000명이 넘는 팬들이 콘서트를 요청하고 있다. 멕시코와 페루, 브라질에서도 팬들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마이뮤직테이스트가 세계 최고의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같은 모습이 되기를 꿈꾼다. 라이브네이션은 티켓팅부터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콘서트 프로모션 등 공연에 관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인바운드인 일본 재즈힙합 아티스트 내한공연이 성공리에 진행됐고, 아웃바운드인 루나플라이 월드투어 또한 성공하면 사업 가설에 대한 검증은 끝난다고 본다"며 "팬을 중심으로 하는 콘서트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자신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