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을 카트에 담고 있다. 팔도 제공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을 카트에 담고 있다. 팔도 제공
“러시아에서 국민간식으로 불릴 만큼 성공한 도시락면을 이제부턴 유럽과 동남아시장에 본격 공급해 명실공히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생각입니다.”

식품업체인 팔도의 최재문 대표는 도시락면을 세계시장 진출의 대표상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팔도의 도시락면은 국내보다는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 올해 러시아지역 매출은 1900억원에 달해 국내 판매(50억원)의 38배에 이를 전망이다.

최 대표는 러시아에서 도시락면이 성공한 이유로 ‘맛의 현지화’를 꼽았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제품의 형태와 맛에 따라 21종의 도시락면이 판매되고 있고 컵라면 같은 용기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러시아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팔도 "도시락면, 러시아 잡고 유럽공략"
1991년 처음 제품을 판매할 때 두 가지에 불과했던 맛의 종류도 소고기맛, 새우맛, 치킨맛, 버섯맛, 돼지고기맛 등 7가지로 다양화했다. 러시아인들이 마요네즈를 모든 음식에 넣어 먹는 것에 착안, 마요네즈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는 인기 상품이다.

도시락면의 도시락을 아예 대표 상표로 만들어 국수, 간장, 스틱커피 등에 모두 ‘도시락’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이 같은 맛의 현지화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몽골 등 세계 30개 나라에 도시락면을 판매하지만 러시아를 제외하면 판매액은 200억원에 불과하다”며 “유럽과 동남아에서 러시아의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초부터 터키 프랑스 독일 등에서 열린 현지 식품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도시락면 시식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내년 2위 브랜드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팔도는 10월 기준 9.5%의 점유율을 기록해 농심(66.2%), 오뚜기(12.8%), 삼양식품(11.4%)에 이어 라면시장 4위를 달리고 있다.

대표제품 ‘비빔면’이 많이 판매되는 여름철에는 2~3위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비빔면 비수기에는 항상 최하위로 밀리며 ‘만년 4위 브랜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여름장사하는 업체’라는 소리도 듣는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새로운 맛을 개발해 출시한 컵라면 ‘왕뚜껑’ 신제품이 세 달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담백한 맛을 강조한 ‘꼬꼬면’도 평가가 좋아 내년엔 시장 점유율 2위를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