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국내 대학들이 해외 유명인사들의 잇따른 방문에 떠들썩하다. 4일 김용 세계은행(WB) 총재가 성균관대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5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서울대를, 6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연세대를 각각 찾아 강연한다.

얼핏 단순한 캠퍼스 특강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나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다. 대학 입장에선 총장까지 나서 진두지휘하는 등 저명인사 유치에 신경을 쓴다는 후문이다.
4일 성균관대에서 대담한 김용 WB 총재(오른쪽)와 5일 서울대에서 특강과 대담, 타운홀 미팅을 가진 라가르드 IMF 총재. / 서울대·성균관대 제공
4일 성균관대에서 대담한 김용 WB 총재(오른쪽)와 5일 서울대에서 특강과 대담, 타운홀 미팅을 가진 라가르드 IMF 총재. / 서울대·성균관대 제공
○ 김용 총재 '동아시아·유교 관심' 성대 방문… 어머니·외삼촌 영향도

4일 김용 총재의 성균관대 방문 배경에는 어머니 전옥숙 여사와 외삼촌 전헌 교수가 있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김 총재가 멘토로 여기는 전 여사는 국제퇴계학회장을 지낸 세계적인 유교철학 권위자다. 외삼촌 전 교수 역시 다름 아닌 성균관대에서 퇴계 선생의 '성학십도'를 강의하는 동양유학과 석좌교수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WB가 공식 요청해 대담을 마련했지만 외삼촌인 전 교수와 김 총재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김 총재 초청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날 김 총재와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과의 대담 자리에도 동석했다.

대담 주제인 교육경쟁력도 김 총재 자신이 정했다. 그는 WB 수장에 오르기 전 첫 아시아인 아이비리그(다트머스대) 총장으로도 화제를 모은 인물. 학교 측은 "김 총재가 고등교육 주제의 대담 형식 토론을 원했고, 국내 몇몇 명문대 중에 성균관대를 선택한 것"이라며 "삼성이란 글로벌 기업이 재단으로 있는 만큼 기업과 대학의 상생 케이스도 직접 보고 싶어했다"고 덧붙였다.

○ 서울대, 2~3달 전부터 라가르드 총재 방문 꼼꼼하게 준비

5일 서울대를 찾아 강연과 대담, 학생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가진 라가르드 총재의 방문은 장시간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2~3개월 전 IMF가 공식 요청을 해왔고, 이후 서울대는 학교 차원에서 이날 행사를 준비해 왔다.

행사를 주관한 서울대 국제대학원 관계자는 "라가르드 총재는 칠레대학, 일본 게이오대 등 각국을 방문할 때마다 젊은 세대들과 자주 소통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편"이라며 "강연 후 진행된 대담은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짜면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통상대사 경력을 지닌 박태호 교수를 대담 파트너로 붙여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강연 장소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고학부란 상징성을 갖고 있는 서울대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대는 올해 들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등이 연달아 찾았다.

○ 바이든 부통령 연대 방문 '극비리 진행'… 대표적 지한파

6일 연세대에서 대외정책 연설을 할 예정인 조 바이든 부통령의 장소 섭외는 극비리에 이뤄졌다. 미국 부통령이 국내에서 정책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더구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논란, 북한 장성택 실각설 등 굵직한 동북아 최근 이슈를 다룰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

연세대 한정호 대외협력처장은 "백악관이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학교로 연락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바이든 부통령의 방문 자체가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어 내일 강연 시간도 학교 측에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세대가 바이든 부통령을 초청한 것은 전혀 아니고, 부통령 측이 콕 집어 우리 학교를 지정한 이유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바이든 부통령이 동아시아 문제에 해박한 외교통으로, 대표적 지한파(知韓派)란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절 인연을 맺었으며 지난 2001년엔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김 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연세대엔 김대중도서관, 북한연구원 등이 있어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저명인사가 캠퍼스를 방문하면 인지도 상승효과뿐 아니라 학교로서도 기념할 만한 일이 된다. 지난해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연한 한국외대가 대표적 사례다. 이후 학교 측은 강연장소를 '오바마 홀'로 지정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들이 해외 유명인사들의 방한 일정에 맞춰 캠퍼스 유치를 위해 각축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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