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6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뿐 아니라 2030 젊은층도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2030 세대들이 구직 대신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성공한 2030 프랜차이즈 대표들로부터 창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2030 프랜차이즈 CEO]박춘근 소담치킨 대표, 치킨 배달부에서 전국 40개 매장 대표로 성공한 사연
치킨 배달하던 중학생, 전국 40개 매장 대표로 변신하기까지
모든 메뉴 '반반'으로 주문 가능…월 매출 4000만원 '훌쩍'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치킨 종류를 '반반'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상품화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서른 두 살 청년이 있다. 소담치킨 창업을 하자마자 월 매출 4000만원을 찍고 있는 박춘근 대표(32·사진)다. 중학교를 다니면서 치킨 배달을 하면 돈을 번 그는 프랜차이즈사업 3년 만에 전국 매장 40개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님이 됐다.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서 중학교 때부터 치킨 배달로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주방일을 했고요. 대학에 진학했는데 학업에 뜻이 없으니 공부에 흥미가 안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이럴 바에 장사를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자퇴를 하고 부산에서 조그만 치킨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장사였지만 미처 성공을 맛 보기 전에 가게 문을 닫고 군대를 가야했다. 사업가이기 전에 그는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군 전역 후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국내 대표적인 주점 프랜차이즈 본사에 입사해 메뉴 개발 분야에서만 5년 넘게 일을 배웠어요. 20대 초반 치킨집을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이 회사에서 일할 때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던 2010년 박 대표는 그동안 익힌 경험을 통해 직접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변에선 서른 살이 채 안된 청년의 도전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지만 박 대표는 밑바닥부터 쌓아 온 자신의 경험을 믿었다.

"저는 이 업계에서 배달과 주방일부터 시작했어요. 프랜차이즈 기업에 입사해서는 메뉴 개발을 전담했고 나중엔 사업본부장 자리까지 올랐어요. 사업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제 사업을 시작할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소담치킨의 경쟁력은 이른바 '반반' 전략이다. 흔히 얘기하는 '양념치킨 반, 후라이드치킨 반'을 상품화시켜 판매한 것. 그는 기존 양념 치킨과 후라이드 치킨만을 절반씩 팔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메뉴를 절반씩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박 대표는 마진을 조금만 남기더라도 기존에 하지 않았던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한 끝에 전 메뉴 '반반'을 상품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이 업계에서 전 메뉴를 절반씩 섞어 팔기 어려웠던 이유는 단가 때문이에요. '반반'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는 많았지만 공급자 입장에선 반반씩 파는 건 리스크를 떠 안는 거죠. 비용도 두 배로 들뿐만 아니라 손질도 번거롭고요. 위험이 따랐지만 충분히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 대표에 따르면 일 매출 15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담치킨 매장 옆에 유명 치킨 브랜드 매장이 즐비했음에도 박 대표가 운영하는 매장의 월 매출이 가장 높았던 이유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해소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치킨에 대한 수요는 아마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치킨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죠. 이미 치킨 프랜차이즈는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한 맛들이 시중에 나와있어요. 새 브랜드가 낄 자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새로운 제품을 갈망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끊임 없이 만들어져요. 그 니즈(요구사항)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빠르게 성장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졌던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현재 40여명의 가맹점 대기자들을 꼼꼼히 만나보며 소담치킨의 사업 마인드를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정할 계획이다.

치킨 배달을 하던 중학생에서 전국 매장 수 40개의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한 그는 2030 예비 창업인들에게 "무엇이든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창업을 하게 되면 서두르지 마세요. 대부분의 사업이 망하는 이유는 '빠르고 쉽게'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서두르다보면 제품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저는 점주들에게 '제품이 잘못 나갈 것 같으면 아예 버리라'고 얘기해요. 순간의 욕심이 고객을 잃는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