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봄.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쿠리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쿠리어는 책처럼 접을 수 있고 터치스크린에 스케치를 하거나 메모할 수 있는 태블릿PC다. 발머는 쿠리어에 투자할 금액을 출시까지 2년도 넘게 남은 차세대 윈도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애플 아이패드보다도 먼저 세상에 나왔던 MS 태블릿PC는 그렇게 자취를 감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MS는 혁신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단기적 수익을 좇는 안전한 행보만 지속해왔다”며 “발머의 뒤를 잇는 CEO는 누구든 이런 MS의 기업문화를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머는 최근 은퇴 의사를 밝혔다.

웹사이트에서 워드, 엑셀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넷독스’도 발머가 막은 제품 중 하나다. 넷독스는 MS오피스에 통합됐지만 오피스 매출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회사는 넷독스 서비스를 철수했다. 자동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이메일을 볼 수 있도록 개발한 자동차 소프트웨어도 빛을 보지 못했다.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피스 프로그램도 윈도8에 투자해야 하는 자금과 인력을 빼앗는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WSJ는 “MS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를 정해 노력하는 자세를 오히려 나쁘게 본다”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문화가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직원들은 틀을 깨고 독창적인 사고를 하는 개발자를 중용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CEO로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