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골프 금지령' 풀까…관가 수군수군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자의 골프 허용과 관련, “지금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 말이 보도된 이후 ‘의중’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주요 언론사 논설실장단과 오찬을 하면서 고위 공직자의 골프 허용 건의가 나오자 “지난 국무회의 때 캐디들 수입도 그렇고, 자꾸만 외국 나가서 (골프를 치니)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얘기가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직자 골프는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금지돼왔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놓고 청와대 안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한쪽에서는 “캐디 수입 걱정까지 언급한 마당에 허용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했고, 다른 쪽에서는 “글쎄…”라는 반응이다. 공무원들도 “도대체 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한다.

상황은 5년 전에도 비슷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던 2008년 3월 초 당시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시점에서 골프를 하는 수석이나 비서관은 없겠지만…”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모든 공직자들이 골프채를 놓았다. 그 후 청와대 안팎에서 해금 건의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2009년 5월 출입기자들과의 삼계탕 오찬 자리에서 공직자 골프 허용 문제가 거론되자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대통령에게 신고하면서 할 필요까지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골프 비용 약 20만원은 너무 비싸다. 골프는 시간이 많이 걸려 운동이 제대로 안 된다”는 뼈 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당시 이 발언을 두고 일선 공직자들 사이에선 “골프를 해도 된다는 것이냐, 안 된다는 얘기냐”라고 하는 등 해석이 분분했다. 고위 공직자들은 아예 포기하고 상당수가 등산 쪽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이후 골프 금지령을 ‘슬쩍’ 풀기 위한 시도는 있었다. 당시 청와대 한 핵심 측근이 최근 전한 얘기에 따르면 2010년 가을, 임태희 전 비서실장과 백용호 전 정책실장이 분위기를 잡고 지방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골프장을 직접 찾아 해금 메시지를 던지라고 건의했다. “대통령이 조용히 골프를 친 뒤 언론에 이 사실을 공개하면 자연스럽게 골프 금지령이 풀리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 건의가 받아들여져 이 전 대통령은 어느 주말에 외부에 알리지 않고 두 실장과 함께 충남 계룡대 골프장에 내려갔다. 하지만 공교롭게 당일 서울에 폭우가 쏟아져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전반 9홀만 돌고 급하게 귀경했고, 이 일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11년 2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들과의 만찬에서 골프 얘기가 나오자 “나도 3월쯤 기업인들과 골프를 한 번 치려고 한다”고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박 대통령의 최근 골프 발언 이후 핵심 참모들 사이에선 골프 금지령 해제 쪽으로 방향을 잡고 분위기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어떤 계기를 택해 어떤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잡아 가느냐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다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제부터 골프 치셔도 된다’고 말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일부 핵심 참모들이 이번 여름 휴가 때 지방 골프장에 내려가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이는 방식이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