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불혹, 이순신에게 답을 묻다
“성공과 실패, 잘되고 못되는 것이야 신은 미리 헤아릴 수 없습니다.”

1592년 4월30일 이순신은 왜적들이 부산 김해 양산 등 경상도 일대를 마구 침탈하자 구원하러 출병하면서 올린 두 번째 장계(출사표) 끝 부분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는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후출사표’ 말미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제갈공명은 ‘신은 온 힘을 다해 죽어서야 끝날 뿐이며 성패와 이둔(利鈍)에 이르러서는 신의 총명이 미리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이순신 연구가이자 역사비평가인 박종평 씨는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에서 이런 사례를 들며 “이순신은 ‘삼국지’를 읽으며 제갈공명을 닮고자 했다”고 주장한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됐을 때나 형세가 불리할 때 이순신은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고 했고, 제갈공명 또한 “생사는 천명에 달렸다”고 했다. 죽음을 앞두고 공명이 “내가 죽으면 초상을 치르지 말라. 평상시처럼 군대를 안정시키고 절대로 곡을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나 이순신이 “싸움이 급하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한 것도 흡사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이순신이 ‘영웅’ 이순신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15명의 스승을 찾아내 그 가르침을 전해준다.

서애 류성룡은 이순신과 함께 호흡하며 지혜와 영감을 불어넣었고, 제갈공명은 이순신이 전략가를 넘어 군신(軍神)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손자는 이기는 전략을 가르쳐 줬고, 오자는 전선 13척으로 왜선 133척과 맞섰을 때 “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1000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전해줬다. 심리전의 대가 사마양저, 경영의 달인 위료자, 리더의 무한책임을 일깨운 이강, 리더십의 본질을 가르쳐준 순자 등도 이순신의 멘토였다.

책 제목에 담긴 ‘흔들리는 마흔’은 이순신에 관한 현존 기록이 임진왜란이 일어난 48세부터 전사한 54세까지의 일기와 보고서라는 것에서 비롯됐다. 늦은 나이에도 갈고 닦기를 멈추지 않은 이순신의 열정과 지혜로 현실을 헤쳐 가라는 의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