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이 12일 양대 사업축인 조선과 해운 가운데 해운업을 맡고 있는 STX팬오션을 매각하는 특단의 카드를 던졌다. 글로벌 불황으로 해운과 조선이 물고 물리며 그룹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덕수 회장의 승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STX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선 중심으로 그룹 재편

STX그룹은 건설과 플랜트, 에너지 사업도 하고 있지만 주력은 역시 조선과 해운이다. 강 회장은 2001년 5월 쌍용중공업(현 (주)STX)을 인수하고, 그해 10월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까지 사들이면서 본격적으로 그룹을 출범시켰다. 2004년 11월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을 인수, 해운업에도 시동을 걸어 재계 10위권 그룹으로 키웠다.

STX그룹의 가장 큰 두 가지 고민은 중국 STX다롄 조선소의 회생과 STX팬오션의 대규모 적자라고 볼 수 있다. 둘 다 경기민감 업종이어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또 차입금 규모가 10조원이 넘는 STX그룹은 올해 만기가 돌아온 1조3000억원을 모두 갚았으나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를 상환해야 한다. 8000억~9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해줄 STX유럽의 특수선 전문 STX OSV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강 회장이 고민 끝에 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조선을 선택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TX 관계자는 “해운은 떼내서 팔 수 있지만 조선은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엮여 있어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각 잘될까…산은 인수 가능성

STX팬오션 매각 성사 여부와 가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인 산업은행PE가 STX팬오션을 떠안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 중 STX팬오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침체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데다 업황까지 좋지 않아 시장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STX그룹이 가진 STX팬오션 지분은 36% 정도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2800억원 가량 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감안하면 매각 가격은 4000억원에 육박하는데, 이 정도 자금을 해운업체 인수에 쓸 만한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에서 결국 국내 최대 PEF인 산은PE가 STX팬오션을 떠안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2010년 말 산은PE가 공개매각 실패로 표류하던 대우건설을 인수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과 마찬가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STX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실패할 경우 금융권과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연착륙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STX그룹이 산은으로부터 받은 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RG) 등은 4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STX팬오션의 시장 매각이 실패하면 산은PE가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장창민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