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장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시장조사기관 머서가 2011년 조사한 결과 ‘승진 문제’였다. 승진을 통해 경력을 개발하고 자기 역량을 키워 나가기를 바랐다. 7년 전에는 같은 조사에서 ‘급여’란 답이 나왔다. 그 사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X세대인 빠링호우 세대가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5~6년차 직장인이 된 빠링호우 세대는 일반적으로 소비욕구가 강한 세대로만 알려져 있지만, 자아실현 욕구도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이 점을 간과해 인기가 없다. 나라별 기업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6개국 중 5위에 그쳤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과장급 이상 관리자를 한국에서 파견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다국적기업 P&G나 유니레버는 현지 중국인들도 실력만 있으면 발탁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자(CEO)직에 오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하 차이나!》는 급변하고 있는 중국의 실상을 고찰한 책이다. ‘만만디’(느리다는 의미)와 ‘관시’(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로 알려진 중국인들의 가치관이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변화하고 있는 실상을 예리하게 담아냈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공부한 저자는 중국을 한국의 20년 전으로 보는 시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중국 시장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냈고 비즈니스 속도도 한국 기업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명품의 대명사 격인 롤스로이스와 루이비통, 구찌 등의 최대 판매시장으로 성장했다. 포천 500대 기업 중 96%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실패했다. 중국의 진짜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맥도날드가 당한 봉변이 일례다. 150만위안(약 2억7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놓자 소비자들의 칭찬이 아니라 항의와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맥도날드가 중국에서 번 돈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것이었다. 도요타와 네슬레 등도 불매운동을 당했다. 중국인의 자존심과 열등감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중국의 상징인 사자석상이 자사 자동차에 경례를 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네슬레는 유럽에서 판매 금지된 제품을 중국에서는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팔았다.

반면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식품 중 드물게 성공했다. 주요인 중 하나는 브랜드 네이밍이다. 동양제과를 버리고 오리온과 발음이 비슷하고 좋은 친구란 뜻인 ‘호우리유(好麗友)’라고 붙였다. 중국인들은 동양(東洋)이란 단어를 싫어한다. 한국인들은 서양의 반대어로 쓰지만 중국인들은 일본을 지칭하는 단어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중국의 세계적인 기업과 기업인들도 소개한다. 볼보자동차를 삼켜버린 지리자동차,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하이얼, 전 세계 창조기업 순위 5위에 오른 화웨이,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IT분야의 귀재 왕싱, 최고 부자 량원건 회장, 자수성가한 여성 부호 장신 등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