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중국 베이징시 당국은 교통체증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승용차 수를 줄이기 위해 번호판 발급량을 70% 줄이기로 한 것. 이후 베이징은 제비뽑기 방식으로 한 달에 2만개의 번호판을 무상으로 발급했다. 제비뽑기에 떨어진 사람은 그 다음달 추첨에 응시했다. 2011년 1월 총 21만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2 대 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공용차는 번호판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베이징시는 70만대의 공용차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중앙부처와 국유기업의 자동차 또한 규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자동차까지 포함하면 베이징에는 200만대 정도의 공용차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베이징 전체 470만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교통 혼잡의 주범은 시민들의 승용차가 아니었다.

《국가는 왜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가》의 저자 랑셴핑은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고 꼬집는다. 특히 강력한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을 집중 분석하며 국가 정책이 서민들을 오히려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국가의 부가 개인의 부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딜레마를 짚어낸다. 중국의 대형 독점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과 차이나모바일, 두 곳의 영업이익이 민영기업 500곳의 이익보다 많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석유 중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은 37%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석유가격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꾸준히 올랐다. 중국인들이 고유가로 고통받는 동안 중국석유천연가스의 시장가치는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고속철도 확장도 오히려 서민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40일의 춘제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운송하는 여객 수는 연인원 29억명에 달한다. 그중 철도를 이용하는 수는 2억5000만명이다. 이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지 노동자들에게 값비싼 고속철은 그림의 떡이다.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일반 열차의 증편이지만 늘어나는 건 고속철뿐이다.

저자는 자산 증식이라는 기능을 잃어가는 중국 증시의 문제점도 짚는다. 2010년 중국 증시의 상승폭은 세계 꼴찌에서 세 번째였지만 기업공개로 모집한 자금량은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증권회사, 기관투자가, 상장회사 대주주들이 상장을 통해 소위 ‘먹튀’를 할 때 일반 투자자들의 손에는 쓰레기 주식만 남아 있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