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 전망이 어둡다. 천둥 번개에 비까지 들이칠 것이란 시각이다. 성장률은 나아질 기미를 찾기 어렵고,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까지 재깍거린다. 부동산 시장은 빈사 상태이며, 양극화로 인한 불만까지 폭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가계부채는 위험하지 않고, 부동산이 폭락한다는 전망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신간 《대통령을 위한 경제학》에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과외 교사’로 활약하며 재야의 경제 교사로 이름을 날린 저자는 “비관론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한국 경제 비관론을 비판한다.

저자는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아직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상환 능력이 된다는 것이다. 2011년 말 가계의 총 금융부채는 약 1100조원이고, 총 금융자산은 2300조원 규모다. 한국의 가계 금융자산이 부동산을 포함한 전체 가계자산의 4분의 1인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가 자산의 8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0%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간 수준이며 부실 비율 또한 기업 대출의 그것보다 훨씬 낮다. 그는 “경기호조세를 유지하는 선순환 정책을 펼치면 가계부채 문제는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틀렸다고 말한다. 주택가격 폭락을 예측하는 근거는 인구구조이론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주택 수요가 감소해 가격이 구조적으로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는 부동산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구구조가 아니라 ‘소득의 축적’과 ‘수요의 시간 이동’이라고 말한다. 집을 살 만큼 소득이 쌓이면 부동산 수요가 생기고 미래 수요가 앞당겨지면서 투기가 일어나며, 수요에 공백이 생기면 거품이 붕괴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주택 수요가 시간 이동을 한 시기가 거의 다 지났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할 시점에 도달했다”며 “경기가 회복돼 저축이 충분히 쌓이면 투기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정치권이 앞다퉈 내놓는 복지정책은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꼬집는다. “성장을 통해 분배를 개선할 수 있지만 분배를 통해서는 성장을 이룰 수 없다”며 “지금은 ‘따뜻한 자본주의’가 정답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성장의 몫을 더 많이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하지만 성장 자체를 배척하는 건 공멸하자는 것과 다름없는 얘기다.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쟁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재벌 규제와 경제민주화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재벌 규제는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후퇴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은 법인체로서 국민과 비슷한 권리를 갖는다”며 대기업도 자유롭게 영업할 자유를 갖도록 하는 게 경제민주화의 요체라고 말한다. 침대 크기에 맞춰 사람의 팔 다리를 자르는 그리스신화 속 프로크루테스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벌에 족쇄를 채우기보다 중소기업의 빠른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펴야 하며, 대기업이 나서서 중소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