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렌터카 업체 KT금호렌터카는 최대 3년 동안 수입차 2~3대를 번갈아 탈 수 있는 개인 장기 렌터카 ‘메들리’(가칭)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보험료, 수리비가 비싼 수입차는 렌터카보다 법인 고객 위주의 리스 시장에서 주로 취급해 왔다. 업계는 개인 렌터카 상품에 여러 대의 수입차를 도입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연대 KT금호렌터카 마케팅 본부장은 “수입차를 구매하기엔 유지비가 부담스럽고 잠시 타보고 싶은 젊은층을 위해 기획한 ‘맛보기’ 상품”이라며 “적정한 월 렌트비와 상품성을 판단해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프로모션 상품 확대

렌터카 회사들이 수입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자동차 구매보다는 대여로, 국산차보다는 수입차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고가의 수입 중대형차는 올초부터 판매량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렌터카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가 가능해졌다.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 렌터카 시장에 차량 공급을 꺼리던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렌터카 업체와 손을 잡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콧대를 세우던 고급 브랜드도 비인기 차종의 물량을 해소하고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리스와 렌터카 등 대여 시장에 적극적으로 문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렌터카 업체들은 수입차 딜러와 계약을 맺고 프로모션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KT금호렌터카는 올초 할리데이비슨에 이어 아우디, MINI, BMW 등 개인 장기 렌터카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도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SK네트웍스는 내년 초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수입차 대여 상품을 계획하고 있다.

○보험료 등 유지비 저렴 ‘선호’

올해 들어 개인 장기 렌터카 상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가 선보인 개인 장기 렌터카 서비스 ‘베네카(BeneCar)’는 올 상반기 전년 실적의 두 배를 넘어섰다.

KT금호렌터카의 수입차 개인 장기 렌터카의 신규계약 건수는 지난해 104대에서 올해 11월 기준 175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장동일 SK네트웍스 차장은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법인뿐 아니라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들이 차량을 구매하기보다는 렌터카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이력이 있거나 신용등급이 낮아 보험료가 높은 고객들은 할부구매 대신 렌터카로 돌아서고 있다. 렌터카 업체의 명의로 차를 구입,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할부구매 시 부담해야 하는 취등록세, 보험료, 자동차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추후 차량 인수 시 300만원 이상 저렴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입차의 가세로 전체 렌터카 시장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렌터카 시장 규모는 1조6500억원에서 올해 1조8500억원, 내년에는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체 렌터카 보유 대수에서 수입차의 비중이 1%에 불과해 시장이 성숙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채운 AJ렌터카 사장은 “렌터카는 유지관리와 서비스가 중요한데 수입차는 도입 초기 단계라 미흡한 점이 있다”며 “정비와 수리가 포함되는지 여부와 사고 시 보험료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