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기기용 반도체를 만드는 퀄컴이 반도체업계 1위인 인텔의 시가총액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모바일업계의 부상과 PC업계의 추락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퀄컴 주가는 장중 6% 급등해 시총 1055억달러(약 114조원)를 기록, 인텔의 1046억달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후 퀄컴의 상승폭이 줄어들어 종가 기준으로는 인텔이 시총 1037억달러로 퀄컴(1033억달러)을 간신히 앞섰다.

전문가들은 모바일과 PC산업의 명암이 증시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모바일칩 전문인 퀄컴의 전망은 밝지만 PC에만 주력해온 인텔의 기업가치는 떨어졌다는 것이다.

사업 규모로는 인텔이 퀄컴을 크게 앞선다. 지난해 매출은 인텔이 540억달러로 퀄컴(150억달러)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증시에서 평가는 다르다. 2000년만 해도 5020억달러에 달했던 인텔의 시총은 PC 시장 위축으로 12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퀄컴 주가는 지난 10년간 254% 상승하며 시총도 급등했다. 마이클 버튼 브린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다윗(퀄컴)이 골리앗(인텔)을 넘어뜨렸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