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클럽을 15번 이상 바꾼 것 같다. 대회 직전 지난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 사용했던 클럽(미우라 아이언)이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42·SK텔레콤)가 자신이 주최한 국내 남자프로골프 CJ인비테이셔널에서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경주는 7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파71·7152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쳐 배상문(26·캘러웨이), 장동규(24)를 2타차로 따돌렸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작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때의 감각을 되찾으려고 했다”며 “그래서 그때 사용했던 골프 클럽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했다.

최경주는 드라이버(테일러메이드)와 퍼터는 크게 바꾸지 않는다. 특히 퍼터는 헤드 밑바닥에 직접 납덩이를 부착한 것으로 10년 넘게 사용 중이다. 그립만 뭉툭한 ‘홍두깨 그립’으로 교체했을 뿐이다.

하지만 최경주는 아이언을 수시로 교체했다. 그는 “구질과 스윙에 대해 많이 연구한다. 그린 스피드에 따라 컨트롤이 용이한 클럽으로 바꾼다. 미국의 집 차고에는 온통 골프채로 둘러싸여 있다. 몸의 변화와 스윙의 변화에 따라 짐싸기 5분 전에 눈에 띄는 클럽을 깨끗하게 닦아 가져 온다”고 클럽 선택의 비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제는 이 클럽으로 다시 우승했으니 더는 교체하지 않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공을 칠 때마다 ‘S·F·T’를 생각한다”고 밝혔다. ‘S’는 보는 것(see), ‘F’는 느끼는 것(feel), ‘T’는 믿는 것(trust)이다. 그는 이날 대회에서 본 대로, 느낀 대로 스윙을 했고 볼이 일단 클럽을 떠난 뒤에는 미련을 두지 않고 (잘 나갈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미국 무대에서 고전한 최경주는 “작년에 상금 랭킹 4위에 오른 것에 비해 못했을 뿐”이라며 “올해 성적에 만족한다”고 받아 넘겼다.

자신의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받은 우승 상금을 모두 최경주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최경주는 “담배 연기 없는 대회로 만든 이번 대회가 한국 골프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에 만족한다”며 “내년에는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고 말했다.

대회 타이틀스폰서인 CJ그룹은 대회장을 찾은 1만2500명의 갤러리 1명당 1만원을 적립, 1억2500만원을 2016년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으로 조성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