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보름째를 맞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아직 서툴다.

5일 전북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 후보는 진땀을 뺐다. 안 후보를 동행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이 ‘좋은 컷’을 얻기 위해 안 후보에게 두부, 계란 등을 좀 들어보라는 주문을 시작했다. 안 후보는 기자들의 요구대로 한 손엔 두부를, 다른 한 손에는 계란을 들고 어색한 포즈를 취했다.

한 기자가 “파 좀 들어봐 달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파를 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라며 말끝을 흐리다가, 못이기는 척 파를 얼굴 옆에 들고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포장된 상추를 뜯어서 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안 후보는 “판매하는 건데 뜯어도 될까요”라고 말하더니 결국 포장은 뜯지 않은 채로 상추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포장을 뜯으면 팔지도 못하고 그냥 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다. 정치인의 기본으로 불리는 ‘악수정치’도 어색한 모습이다.

안 후보는 전날 광주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충장로로 나섰다. 하지만 그는 상점 안까지 들어가서 점원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대담함은 보이지 못했다. 문 앞까지 나온 점원들에게만 인사를 하는 정도였다.

그는 거리에서 호두과자를 파는 한 남성에게 악수를 청하면서도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거나, 과자 한 개를 집어 먹어보는 용기는 내지 못했다.

안 후보는 지난 20일 수원 뭇골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상인이 준 곶감을 받아든 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 캠프 관계자에게 몰래 건넨 적도 있다.

이처럼 정치는 초보여도 안 후보는 전직 교수 출신답게 강연장에서는 과감해진다. 썰렁한 유머도 거리낌 없이 던진다. 이날 우석대 특강에서도 한 청중이 “4대강 문제가 뜨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4대강 녹조가 가벼워서 뜨는 거냐”는 농담을 건네며 답변을 시작했다. 그가 전국 지역 투어에서 ‘강연정치’를 통해 국민들과 만나는 것도 이런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전주=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