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프랑스, 호주, 대한민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도달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나라는 어디일까.

안타깝게도 정답은 대한민국이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이 필요했다. 일본과 이탈리아가 5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10년, 호주가 15년이 걸렸다. 호주의 경우 당시 노동당 정권이 들어서 분배제도를 정비하느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복지제도를 정비한 것도 아닌 한국은 17년이란 긴 시간 뭘 했던 걸까.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를 쓴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진)는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가 ‘갈등’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좌파, 우파의 진영논리가 맞붙고 국민적 공유가치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도 모르게 갈등비용을 지급하느라 성장 속도가 더뎌졌다는 설명이었다. 그 사이 양극화는 심화되고 분배구조는 악화됐다.

이 책은 좌우 진영논리를 넘어 우리가 만나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한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대한민국을 바로 보는 일. 저자는 “또다시 ‘어느 쪽을 선택할래?’라는 윽박과 강요 속에서 많은 국민이 피로하다 못해 지쳐 쓰러져 버렸다”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책이 100만권 이상 팔리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고 전한다.

“노무현 정권 시절엔 ‘과잉 정치’가 문제였다면 이명박 정권은 ‘과소 정치’가 문제다.”

저자는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정치’라고 일갈한다. 사업 수주, 프로젝트 수행은 최고경영자(CEO)의 몫이고, 대통령의 본령은 대국민 정치와 여의도 정치를 용의주도하게 해나가는 것인데 이 대통령은 바로 이 본령이 약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저자는 “이명박 대통령에겐 정치라는 단어가 아예 없는 듯했다”며 “국내 정치가 없었던 까닭에 그런 대로 성과를 냈던 경제와 외교도 한데 묶어 낙제점을 주고 싶은 것이 국민의 심정”이라고 꼬집는다.

국민들 사이에선 다시 ‘분배 대통령’을 불러와야 한다는 정서의 반전이 일어나는 중이다. ‘노무현 때문’이라던 5년 전 사회정의는 ‘경제’였다. 그래서 경제 대통령이 등극했다. 그런데 5년 뒤엔 ‘이명박 때문’으로 바뀌자 사회정의가 다시 ‘분배’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5년 전 ‘경제와 양극화’가 다시 ‘분배와 양극화’로 반전된 배경이다. 저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것도 그의 정책에 분배의 메시지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친노 진영의 대선 후보들은 이런 반전의 불씨를 살려 전국의 들불로 번지게 하고 싶고, 친박 진영의 정치인들은 무상복지의 비현실성을 부각해 ‘맞춤형 복지’로 맞불을 놓고 싶어 한다”며 “안철수 교수는 루저들의 기대와 환호를 증폭해 ‘분배’와 ‘성공한 기업인’을 결합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이 시대의 키워드, ‘분배와 양극화’를 둘러싼 드라마틱한 일전이 2012년 대선정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열쇠로 복지정책을 꼽는다. “세계화와 시장개방이 사회적 양극화를 만들었다”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사회적 소통의 힘, 정치력과 소통의 힘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국민들이 곧 다가올 대선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하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