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헛소리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짓이다.”

노동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포드주의의 선구자 헨리 포드가 한 말이다. 경제사, 나아가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 역사의 가치를 혹평한 것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포드의 단언과는 달리 역사에서 현실의 해답을 찾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이 묻는다 역사가 답한다》는 경영과 역사의 접목을 시도한다. 동서고금의 역사적 사례를 통해 기업의 경영 문제 해답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 것. 과거와 오늘의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지만 역사가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의 기록’이라면, 인간 삶의 패턴을 발견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책은 출발한다.

책은 인간의 본성과 조직의 원리를 엿볼 수 있는 역사 속 사례들과 현대의 경영 트렌드를 접목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기회, 도전, 기술 개발, 리더십, 도약 등 다섯 개의 장은 하나의 조직(기업)이 걸어가는 과정이자 성공을 위한 요소들이다.

책에 실린 ‘케이스 스터디’ 하나를 보자. 최근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롯데백화점이 베이징 진출 4년 만에 실적 부진으로 손을 뗐고 여러 중소기업들도 중국 지방 정부의 토지 임대계약 파기, 중국인 직원들의 한국인 간부 폭행 등의 돌발 상황으로 고민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중국의 문화를 하나의 변수로 받아들이고 대비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말한다.

이 같은 중국 문화에 대한 ‘준비 부족’은 19세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산업혁명으로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영국은 이를 소비해줄 대규모 시장을 필요로 했다. 중국 시장을 열기 위해 영국은 무력을 동원해 교역항을 열었고 각종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인들에게 필요 없는 상품이었다는 점이다.

셰필드의 한 식기회사는 수천년간 젓가락을 써온 중국에 아무런 시장 조사도 없이 나이프와 포크를 팔았고 한 피아노 제조업자는 당시 3억~4억명에 달하던 중국 인구 규모만 믿고 엄청난 양의 피아노를 시장에 풀었다. 결과는 혹독했다. 영국의 대중국 수출은 해가 지날수록 떨어졌다. 자신들의 문화가 보편적이라는 오만한 생각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 밖에도 결혼을 통해 세력을 키운 ‘혼테크’ 전략의 합스부르크 왕가, 파격적인 노예 해방 이벤트로 사람들의 사고를 바꾼 ‘게임 체인저’ 스파르타쿠스, 참새 대학살을 지시하는 등 말년에 황당한 리더십을 보여준 마오쩌둥 등의 사례를 통해 경영 교훈을 찾는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여행을 하다보면 역사를 공부하는 건 시간낭비라던 포드의 말을 어느새 잊게 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