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 '위험자산' U턴 조짐…채권·金 팔아 주식 산다
시중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돌아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고 있다. 고객예탁금도 늘고 있다. 채권 선호현상이 완화되면서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중자금이 본격적으로 위험자산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한결 누그러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채권 팔고 주식 사는 외국인

시중 자금 '위험자산' U턴 조짐…채권·金 팔아 주식 산다
시중자금의 위험자산 유턴을 이끌고 있는 주역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7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 지난 3일을 제외하고 12거래일 동안 5조683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6일 1782.47에서 지난 14일 1956.96으로 9.7%(174.49포인트) 뛰어올랐다.

외국인은 4월부터 주식 매도공세를 펴왔다. 5월과 6월엔 각각 3조8039억원과 9368억원어치를 팔았다. 하지만 7월엔 7327억원어치를 사더니 8월 들어 14일까지 4조89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은 대신 채권투자에서는 슬며시 발을 빼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 6월과 7월 순매수(만기상환분 제외)한 채권은 각각 6조9848억원과 3조2286억원어치에 이른다. 주식을 팔아 채권을 사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8월 들어 14일까지는 867억원어치의 채권을 팔았다. 이 돈에 신규 자금을 합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색됐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최근 완화조짐을 보이자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심리도 안전자산 일변도에서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며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지는 기간 한국 증시는 랠리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늘어나는 고객예탁금

비단 외국인만이 아니다. 증시에 등을 돌렸던 개인들도 서서히 증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13일 18조2989억원으로 늘어나 지난 5월3일 이후 3개월여 만에 18조원대를 회복했다. 고객예탁금은 4월 말 17조8154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줄면서 지난달 말 16조275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물론 이 돈이 모두 신규 자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는 동안 개인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이 자금이 예탁금에 머물러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하지만 매도자금이 증시 주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언제라도 다시 주식을 사겠다는 의지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원희 대우증권 PBCLASS 서울파이낸스 1센터장은 “최근 외국인 주도로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고액자산가들도 부쩍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개별종목 투자의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고, 그동안 낙폭이 과대했던 LG화학도 매수할 의사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한동안 거래 기근에 시달리던 증시 분위기도 달라지는 조짐이다.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월 6조8483억원에서 6월 4조706억원까지 줄었다. 지난달에는 4조903억원으로 약간 증가하더니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는 4조2453억원으로 늘었다. 증가 추세가 미미하지만 증가세로 반전된 것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승세로 돌아선 채권금리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줄곧 하락하던 국고채 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일 연 2.76%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14일엔 연 2.87%로 올랐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치가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채권을 사자는 사람보다 팔자는 사람이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회사채 금리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회사채 3년물(AA-기준) 금리도 지난 8일 연 3.35%에서 14일엔 연 3.46%로 상승했다. 국내 금값도 지난달 27일 g당 5만9467원에서 지난 14일 5만8583원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을 비롯해 시장 참여자들이 다소 위험성 높은 주식 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채권금리가 바닥을 찍었다고 풀이하고 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펀드 동향을 보면 채권 중심에서 주식 쪽으로 자금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기대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는 등의 변수가 나타나면 위험자산 선호현상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상미/송종현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