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축축한 겨드랑이 고민돼 수술했더니 이번엔 팔에서 땀이 비오듯…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정 대리는 요즈음 파견 근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가 근무하는 회사는 서울 강남에 본사가 있고, 강북 지역에 지사 한 곳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정 대리가 일하고 있는 강남 본사가 한 공공기관 건물에 입주해 있는 탓에 실내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 급기야 엉덩이에 땀띠가 난 정 대리는 일반기업 사옥에 세들어 있는 강북 지사로 파견 근무를 신청할 계획이다.

“강북 지사가 시원하다고 소문이 나면서 파견 근무 신청자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습니다. 저같이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28도 냉방 제한은 ‘죽음’입니다.”

김 과장 이 대리들의 더위와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다. 18일은 초복(初伏)으로, 1년 중 가장 더운 삼복(三伏)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특히 올 여름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냉방 온도를 제한하는 곳이 많다. ‘더위와의 싸움’에서 버티기 위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살펴본다.

◆민감한 부분도 걱정 없어요

유독 엉덩이에 땀이 많이 차는 김 대리는 여름이면 양복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축축해질 정도다. 자연의 이치상 ‘민감한 부분’(?)까지도 땀이 번질 수밖에 없게 마련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여름, 김 대리의 눈길을 끈 것이 있으니 바로 ‘쿨매트’다.

쿨매트는 인체에 무해한 차가운 겔(gel)이 몸의 열을 흡수해 ‘민감한 부분’까지도 시원하게 해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부장 이하 선후배 동료가 10명이 넘는 사무실에서 혼자 쿨매트를 깔고 앉아 있기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법. 결국 방석 사이즈의 쿨매트 10장을 구입, 사무실에 돌렸다.

“돈은 좀 아깝지만 혼자만 티 낼 수 있나요. 덕분에 상사들로부터 좋은 소리도 듣고 있죠.”

유난히 땀이 많은 최 대리는 외근이 많았던 이전 부서에선 늘 예비셔츠를 2개씩 갖고 다녔다. 거래처 사람을 만나 악수하다 흥건한 ‘겨땀 굴욕’을 겪은 후부터는 언제든지 화장실에서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여름철엔 여분의 셔츠를 갖고 다닌 것. 올해부터는 내근 부서로 옮겨 다행이다 싶었는데 예전보다 높아진 사무실 온도가 다시 그를 시험에 들게 했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두 달 전 땀샘을 억제하는 시술을 받았다. 이후 ‘겨땀’ 고민은 없어졌지만 ‘팔땀’이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부작용인지 요즘은 팔에 유독 땀이 많이 나서 손수건으로 수시로 닦아줘야 해요. 이것도 신경 쓰이긴 하지만 반팔을 입으니 차라리 팔에 땀나는 게 낫긴 하죠.”

◆더위도 이기고…실적도 올리고

보험회사 영업사원인 홍 과장은 서울 이곳저곳을 차로 누비는 1등 영업맨이다. 에어컨 빵빵한 자동차는 홍 과장의 기동력이자, 더위를 피하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2% 부족하다. 홍 과장은 완벽한 피서지를 꾸미기 위해 자신의 차량에 얼마 전 백화점에서 구입한 차량전용냉장고를 설치했다. 그의 7월 영업은 이렇게 진행된다. “냉장고를 산 후로 고객들에게 차량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를 꺼내 주니 너무 좋아합니다.”

◆“더위 덕분에 동료 간 우애도 깊어져”

신 과장은 최근 옆자리에 앉은 한 대리에게 USB선풍기를 선물했다. 한 대리가 귀염받을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더위를 많이 타는 한 대리가 사무실에서 덥다는 이유로 양복바지를 둘둘 걷어올리고 있는 것이 보기 싫어서다.

‘더워서 일할 맛 안 난다’고 궁시렁대며 매일 종이로 부채를 만들어 탈탈거리고 있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그런데 몇 천원을 투자해 USB선풍기를 선물한 효과는 의외로 컸다. 다음날 남겨진 쪽지와 함께 한 대리의 태도가 ‘열심모드’로 180도 달라진 것. “과장님, 선풍기 감동입니다. 관심과 배려 감사합니다. 과장님께 늘 배우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자회사에 근무하는 강 대리는 지난달 같은 팀 동료인 김 대리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 줬다. 더위를 그다지 많이 타지 않는 강 대리와 달리 김 대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땀을 흘리는 체질이다. 그런데 강 대리 자리가 에어컨 바람이 잘 나오는 시원한 자리인 반면 김 대리 자리는 사무실 구석에 있어 상대적으로 더운 곳이었던 것. 사무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김 대리를 보다못한 강 대리는 자원해서 자리를 바꿔줬다.

이후 한동안 커피값과 퇴근 후 맥주 값은 김 대리가 자청해서 냈다. “이 정도는 돼야 동기사랑 아닌가요. 자리 바꿔준 대신 커피와 술을 얻어먹으니 일석이조네요.”

◆부채질 vs 에어컨

여름철 냉방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제한하는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기업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건물에 입주해 있는 민간기업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광화문 모 부처 건물에 입주한 회사에 근무하는 윤 과장은 여름철을 맞아 이 ‘더러운 세상’에 분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가 근무하는 일반 사무실은 냉방온도가 제한되다보니 선풍기를 틀어놓고 연신 부채질을 하기 일쑤다.

그런데 팀장인 상무가 근무하는 곳엔 별도 에어컨을 설치, 시원하다 못해 냉기까지 느낄 정도다. 윤 과장은 팀장에게 보고하고 나올 때마다 이런 기분이 든다. “냉방도 직급으로 차별하는 이 더러운 세상….”

◆복날의 추억

LS니꼬동제련은 매년 복날이면 직원들에게 맛집을 이용할 수 있는 특별식권을 나눠준다. 초복엔 한방삼계탕, 중복엔 추어탕, 말복엔 냉면이나 콩국수를 제공하는데, 복날이 아니어도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 오후에는 수박이나 아이스크림도 제공한다.

몇 년 전 여름, 삼계탕집을 지나던 한 직원이 복날에 직원들이 같이 보양식을 먹으면 다들 좋아할 것 같다고 제안했는데, 회사 측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 이 때문에 이 회사 총무팀 직원들은 복날 무렵이면 다양한 메뉴와 식당을 알아보는 데 분주하다.

강경민/윤정현/김일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