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전 세계 영화 투자자와 전문가들을 만나고 다닐 때였어요. 당시 사람들은 ‘3D(3차원)는 단지 유행일 뿐이고 실사 영화는 성공하기 힘들다. 특히 아시아인들은 3D 영화를 제작할 능력이 없다’고 단정지어 말했죠. 저는 영화 ‘용문비갑’으로 그들의 말이 다 틀렸다는 걸 증명했어요.”

‘천녀유혼’ ‘황비홍 시리즈’를 만든 홍콩 영화의 거장 쉬커(徐克) 감독(62·사진)이 16일 서울국제3D페어에서 영화 ‘용문비갑’의 제작노트를 자세하게 공개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한 리롄제(李漣杰) 주연의 3D 액션영화 ‘용문비갑’은 쉬커 감독의 두 번째 3D 영화이자 중국 영화 역사상 네 번째 흥행작으로 기록된 영화다.

쉬커 감독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영화 관계자들과 3D 영상 제작자 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오픈 클래스를 열었다. 그는 “열 살 때 3D 영화를 처음 보고 너무 행복했고 그때부터 3D 영화를 만드는 꿈을 꿔왔다”며 “중국 무협이 갖는 환상적인 속성에 현실적인 느낌이 살아 있는 3D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영화를 탄생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문비갑’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보여주며 객석과 호흡했다. 참석자들과 함께 3D안경을 쓰고 준비해온 영화 영상과 컷을 천천히 돌려 보며 실제 촬영과 후반 작업 때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이 장면은 배경을 더 깊이 있게 보여주기 위해 광각 렌즈를 무리하게 썼다가 앞쪽에 있는 인물들까지 너무 심하게 왜곡시킨 사례입니다. 왼쪽 오른쪽 눈이 보는 거리가 다른데 입체 영상으로 동시에 한곳을 보려고 하면 착시 현상이 나타나 어지럽게 보이거나 두 물체 사이에 구멍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이 거리들을 촬영 전에 상세히 계산하지 않으면 보는 사람들이 불편해집니다.”

영화 ‘용문비갑’의 3D 작업에는 VFX 등 한국 3D업체들이 참여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영화 ‘아바타’의 척 코미스키 촬영감독을 초빙해 카메라맨들을 교육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전문적인 기술력과 섬세한 작업 능력에 감탄했다”며 “다음 작품도 한국 업체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3D 영화가 중국 영화 시장에서 중심 장르가 될 것이라며 “할리우드의 많은 작품들이 3D 영화로 변환돼 중국에 밀려 들어오고 있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해리포터’ ‘스파이더맨’ 등은 엄청나게 흥행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3D 영화 스크린은 이미 6000개를 넘었고, 올해 말까지 1만개에 이를 전망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앞으로 수년간 3D산업 분야의 인재와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할리우드와 동등한 수준의 한국 전문가들과 중국의 넓은 시장이 만나면 아시아의 3D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의 3D 영화 ‘용문비갑’은 17일 오후 3시 서울국제3D페어 행사장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선착순 600명 무료 입장. (02)360-4783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