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6일 오전 8시42분 보도

오비맥주를 공동인수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LBO(차입매수·leveraged buy out) 방식의 인수·합병(M&A)을 활용해 ‘대박’을 예고했다. 2009년 오비맥주 인수자금 중 절반 이상을 차입으로 조달해 인수한 뒤 차입금을 오비맥주로 넘겨 갚아가는 방식이다.

◆오비맥주 사상 최대 실적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하이트를 제치고 15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하면서 매출 1조735억원, 영업이익 2701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보다 17.43%, 영업이익은 51.59% 급증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오비맥주는 외국계 PEF로 넘어가면서 가파른 실적 개선을 나타내고 있다. KKR과 AEP는 2009년 오비맥주 지분 100%를 18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2조3000억원)에 매입했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전 이익)는 2008년 2261억원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3319억원으로 46.79% 늘어났다.

KKR과 AEP는 인수자금의 45%를 직접 조달하고, 국내 투자법인인 몰트홀딩과 몰트어퀴지션 2개 법인을 활용해 55%인 1조2650억원가량을 차입했다. 몰트어퀴지션은 몰트홀딩의 100% 자회사이고, 몰트홀딩은 네덜란드법인 셀레노스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KKR과 AEP는 셀레노스홀딩스 지분을 각각 50% 보유하고 있다.

KKR과 AEP는 2010년 9월 몰트어퀴지션을 오비맥주와 합병시켜 본격적인 LBO 방식을 접목했다. 오비맥주 인수를 위해 몰트어퀴지션이 조달한 차입금을 오비맥주로 이전시킨 것이다.

오비맥주의 사상 최대 이익은 차입금 상환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비맥주의 작년 말 총차입금은 4773억원으로 전년 8219억원에서 EBITDA 수준만큼 급감했다. 오비맥주가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167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에는 오비맥주의 차입금 부담은 사실상 모두 해소될 전망이다.
◆몰트홀딩도 오비맥주와 합병할 듯

작년 말 기준 5468억원의 총차입금이 있는 몰트홀딩도 LBO 인수 효과를 더하기 위해 오비맥주와 합병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오비맥주의 배당을 받아 차입금을 갚는 것보다 오비맥주로 차입금을 이전해 갚는 것이 세금 등을 감안할 때 훨씬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한 PEF 관계자는 “국내에선 LBO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배임 이슈가 있어 시간을 두고 단계적인 합병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KR과 AEP가 오비맥주 인수에 실제 들인 자금이 1조원 수준이어서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 차입금 수준을 감안했을 때 2조원 부근에 팔면 본전 수준인데, 3조원 이상을 받고 팔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