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에 안도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경험이 더 없고, 관련 전문인력과 산업체도 부족합니다. 국력을 총동원하는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지 못하면 우리도 또 (나로호처럼) 실패할 수 있는 게 로켓 발사입니다.”

박태학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장(57·사진)은 17일 “미국, 러시아 등 이미 수백 번 위성을 쏜 나라도 다시 실패할 수 있는 게 로켓”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단장은 2021년까지 우리 독자 기술로 한국형발사체를 만드는 사업을 이끄는 수장이다. 30여년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시스템엔지니어링을 연구했고 나로호 1, 2차 발사 실패 때는 조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그는 “북한의 발사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형발사체를 만드는 데 역량을 모으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며 “한국형 발사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정부의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과학계, 산업계 등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부터 그가 이끌고 있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은 항공우주연구원 중심으로 이뤄지던 사업을 민간기업들이 참여하는 개방형으로 바꾸기 위해 별도로 구성됐다. 외국 기술에 의존해 위성을 쏘는 데서 벗어나 우리 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 출연연구소뿐만 아니라 대학, 민간기업 등이 참가하는 범국가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게 박 단장의 생각이다.

박 단장은 북한의 로켓 기술에 대해선 다소 과대 평가됐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이번 실패는 액체 엔진 추진 계통에서 문제가 시작된 걸로 보이는데 북한이 아직 안정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북한이 공개한 위성은 조악한 수준이고 로켓 발사대와 로켓의 외형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기술을 전수해준 이란이 위성 발사에 연이어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발전이 더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번 발사 실패는 너무 서둘렀던 게 원인으로 보인다”며 “로켓 발사는 기술에 기반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북한이 정치 이벤트를 위해 과학자들을 너무 몰아붙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세부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에는 신중했다. 박 단장은 “실패 원인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지만 북한이 공개한 정보가 너무 적어 과학적 해석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방부가 로켓 잔해 위치를 파악했으니 수거 후 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