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내렸다고 16일 발표했다. 작년 12월 전망한 3.7%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올 1분기 경기가 바닥을 다지면서 상승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정부 관측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봤던 내수 전망을 대폭 낮췄다. 당초 3.2%로 예상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을 2.8%로 조정한 것이다. 가계부채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고 유가의 급격한 상승이 소비 회복을 더디게 만들 것이란 분석에서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친 것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 중 하나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작년 12월 전망 때 작년 4분기 성장률을 1%로 예상했지만 실제 0.3% 성장에 그쳤다”며 “전기 대비 성장률이 순차적으로 낮아지면서 연간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성장률을 전망할 때 당시 경기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낮췄지만 내년 전망치는 기존의 4.2%를 유지했다. 또 국내 경기가 작년 4분기 부진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신 국장은 “하반기 이후에는 분기성장률(전분기 대비)이 1% 초반 수준으로 높아져 경기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3.8%)과 금융연구원(3.7%)보단 낮지만 LG경제연구소(3.2%)에 비해 높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작년 말 정부와 보조를 맞춰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을 이번 기회에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기존 전망(3.7%)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예상에 크게 못 미쳤지만 올 1분기 기대 이상의 회복세를 보이며 이를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1분기 지표를 분석 중”이라며 “상반기는 지나야 올해 전망치의 수정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