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신 뮤지컬…88세대 氣살린 코오롱 '깜짝 선물'
울산대 시각디자인학과 김정은 씨는 지난 14일 일 안하고도 돈 버는 ‘감동 아르바이트’를 했다. 코오롱에서 주관한 신년인사회에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일 대신 뮤지컬을 관람하는 뜻밖의 경험을 했다. 일당 5만원과 다이어리도 받았다. 김씨는 “취업 때문에 가뜩이나 주눅 들었었는데 코오롱의 깜짝 이벤트 덕분에 힘을 얻게 됐다”고 했다.

코오롱그룹이 1월 중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작은 이벤트가 화제다. 코오롱사회봉사단은 1월 초 업무를 도와줄 대학생 500명을 공개 모집했다. 행사 당일엔 오리엔테이션을 한다며 학생들을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새천년홀로 소집했다.

6시간 동안 행사 진행을 돕는 일을 할 줄 알았던 학생들 앞에 펼쳐진 건 뜻밖의 뮤지컬 공연이었다. 강단 위에 놓여 있던 높은 탁자와 큰 스크린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화려한 조명이 그 공백을 채웠다. 행사에 참석했던 이선주 씨는 “어떤 행사길래 아르바이트를 500명씩이나, 그것도 사전 교육까지 하나 생각했다”며 “정말 서프라이즈 공연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의 깜짝 이벤트는 뮤지컬 공연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뒤 코오롱은 학생 500명에게 한 해를 뜻깊게 보내라는 의미에서 다이어리를 선물했다. 약속대로 아르바이트비 5만원도 지급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학생들에게 하루쯤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와 즐거움을 맛보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감동한 학생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우리 가슴도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코오롱의 작은 이벤트에 네티즌의 반응은 뜨겁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 ‘폭풍감동 아르바이트’ ‘반전 알바’ 등의 제목으로 수십건의 글이 게시됐다. 트위터 등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현장에 참가했던 학생들의 후기도 리트윗(재전송)되고 있다. 이벤트 현장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유튜브 등에 올라 조회수 2000건을 넘어섰다. 작은 이벤트로 이미지를 바꾼 코오롱 사례에 적지 않은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신은주 코오롱 사회봉사단 차장은 “젊은이들의 아픔을 따스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대학생을 위한 감동 이벤트를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