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가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주택연금 지급액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2007년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더 오래 살 것이라는 예측을 반영해서다. 또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낮아진 것도 지급액을 줄이는 배경이다.

◆연금 지급기간 증가

"2~3월부터 연금액 축소…가입 서둘러야 유리"
주택금융공사는 그간 주택연금 산정에 필요한 국민들의 기대 여명 기준 자료로 통계청이 2005년 발표한 생명표를 썼다. 통계청은 해마다 생명표를 새로 발표하지만 공사는 주택연금 제도 정착을 위해 새 생명표를 반영하지 않고 지급액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2010년 생명표를 쓰기로 했다. 새 생명표에 따르면 60세 성인의 기대여명(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평균 생존기간)은 2005년엔 22.21년이었지만 2010년에 다시 계산한 수치는 23.92년으로 1.71년(7.7%) 증가했다. 70세 성인의 기대여명은 14.39년에서 15.78년으로 1.39년(9.7%) 길어졌다. 똑같은 집을 담보로 잡았다 하더라도 사망까지 남은 기간이 전보다 7~10% 늘어나는 만큼 지급액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사 측의 설명이다.

◆부동산 전망도 나빠져

부동산 가격 전망이 전보다 좋지 않은 것도 지급액 축소의 원인이다. 금융위기 전에 주택연금 제도가 시작될 때는 연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비교적 높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공사의 입장에선 담보로 잡은 집값이 예전에는 더 많이 오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생각보다 오름세가 크지 않으면 지급 총액을 줄여야 한다.

가입자들의 기대 여명이 7~10% 늘어나고 부동산 경기 전망이 나빠졌지만, 공사의 연금 지급액 축소 비율은 3~5%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평균 금리가 낮아지면 주택금융공사로서는 연금 원금에 붙는 이자가 적게 발생하기 때문에 지급액을 늘릴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마이너스통장을 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총액이 같을 경우 금리가 낮아지면 원금(연금지급액) 비중이 더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예기간 후 적용

공사는 새 연금 지급액을 이달 중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조정 비율은 연령대에 따라 달라진다.

공사 관계자는 “기존에 가입한 사람이나 이미 상담 중인 사람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발표 후에도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뒤 오는 2~3월께부터 조정된 연금액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계획이 있다면 가급적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공사는 앞으로도 해마다 기대 여명, 부동산 전망, 금리 3개 요인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지속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시뮬레이션을 하겠지만 연금 지급액 조정은 해마다 하지 않고 수년에 한 번씩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